강력범과 경찰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날로 잔학해지는 강도·절도와 폭력 등 강력범에 대해 서울시경이 전례 없이 전 경찰력을 투입, 일제 소탕에 나선 것은 그 동안 불안해하던 시민들을 다소나마 안도하게 만든다. 떼 강도와 떼 도둑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고 끔찍스런 잔학 행위까지 빈발해 살벌한 세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나 경찰은 이렇다할 비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왔다.
이런 점에서 경찰이 이번에 수사경찰은 물론 수사와 무관했던 경무·정보·대공요원까지 통틀어 동원하고 4, 5개 경찰서를 하나로 묶어 5개 광역수사 공조체제를 갖춘 것은 경찰 중점업무의 일대 방향 전환이자 「고유 업무로의 복귀」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런 모처럼의 경찰 본연 업무와 관련해서 경찰 모두에게 총기와 실탄을 지급케 한 조치는 그 이유가 어떠하든 간에 좀더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닐까.
경찰관의 총기 휴대는 「경찰관 직무 집행법」에 따른 것이고 특히 요즘의 강력범들이 흉포한데다 걸핏하면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까지 살상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더구나 총기를 지닌 경찰관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고 예상한다면 그만큼 잠재적 범죄꾼들이 몸을 도사릴 것은 쉽게 짐작된다.
그러나 그로 인한 역효과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근봉이상의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영국경찰이 『우리가 권총을 차면 범죄자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한다』는 범죄 용구의 상승논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경찰관의 총기휴대가 범죄꾼들에게 겁을 주어 범죄를 줄이는 위하(성혁)적 효과는 거둘지 모르나 거리의 풍경이나 분위기는 살벌해지게 마련이다.
경찰관이 입는 제복 그 자체가 범죄꾼들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위협이며 권위를 상징한다.
제복이 상징하는 권위는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더 이상의 효과적이고 무거운 위압일 수 없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범죄꾼들이 범행 후 경찰에게 적발될 경우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고 잘못 판단해 불상사가 일어날 소지도 없지 않다.
더구나 현재 경찰관들의 자질을 감안한다면 총기 휴대로 인한 과잉 방어나 총기 사고도 적잖게 염려된다.
수사 경찰마저 20%밖에 전문교육을 방은 일이 없다는 경찰 자체 조사결과도 있었지만 경찰의 총기관리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상태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경찰관이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와 급박한 사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조처」가 아닌 과잉방어나 뒷덜미 사격 등의 사례가 적지 않게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강력범 총기 대응에 앞서 충분한 사전 교육을 실시했는지 궁금하다.
따라서 경찰의 무기휴대는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며 그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민과의 방범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지역자율 방범을 보다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사요원의 자질을 향상시킨다거나 수사기술을 개발하는 단기 대책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범죄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근절시키는 정부차원의 정책수립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