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대표 회견 뒤의 정국전망|「협상여지」찾아 여야 쟁점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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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헌법문제를 둘러싼 연두의 새로운 정국전개는 신민당의 개헌논의유보 거부로 여야대립양상을 재확인했습니다만 협상의 기운이 서서히 일고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정부·여당 측의 개헌논의유보 제안을 정면 거부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놓는 등 회견내용에 강 온 양면을 담고 있는 데다 이를 해석하는 민정당쪽의 긍정적 시각이 어울려 협상 분위기는 오히려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것 같아요.
-민정당쪽에선 의도적이다 싶을 정도로 이 총재의 회견내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게 사실이예요. 25일상오 이 총재 회견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모인 민정당 국책연구소회의에선 민정당에 대한 비난의 대목까지도 야당으로선 당연한 것 아니냐고 두둔할 정도였어요.
-민정당의 이러한 해석은 헌법특위와 의원기소에 대해 언급이 없는 점, 국회를 포기하지 않고 영수회담 제의 등 대화에 의한 원만한 해결을 강조한 점, 종래의 임기전 개헌 등 일정제시가 빠진 점등이 근거가 되고 있읍니다.
-아닌게 아니라 두 김씨와 이 총재간의 3군 회동에서 2월초로 못박았던 개헌서명운동착수시기를 2월중으로 잡아 융통성을 넓힌 것이나 개헌논의유보에 관한 여권의 핵심제의에 대해 거부를 밝히면서도 3개항의 질문을 통해 진의를 물은 것은 대화의 여지를 남기려는 배려로 해석할만하죠.
-민정당은 86·88거국지원협의회 구성제의도 걷어찬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있읍니다.오히려 두 행사가 갈 치러지기를 「열망」했고 협력을 강조한 점에 포인트를 둬야한다는 거죠.
-하여간 회견문 전반부의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까지도 「야당의 모든 연설에 으례 등장하는 관습적인 것」으로 오히려 본회의 발언보다 톤이 낮다고 보는가하면, 「큰 정치」 제의를 거부한 대목도 「신민당으로선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꿀 수야 없지 않겠느냐」는 등 다소 무리하게까지 밝은 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였어요.
-신민당 지역구의원 중에서는 여권의 이번 개헌논의유보 제의가 논리적 타당성은 제쳐두고 국민에게 상당히 먹히는 것 같다고 실토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무턱대고 깡그리 부정해버리는 식이라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 표현을 좀 달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읍니다.
-신민당내에선 총재회견에 대해 대체로 무난하다고 자평하면서도 일부 미흡해하는 소리도 있어요.
일부 의원들은 의원기소문제가 취급되지 않았다고 불만입니다. 동교동계의 양순직 부총재는 「잘했다고 그럴 수밖에…」라면서도 점수는 70점을 매기더군요.
-회견문 초고에선 서명운동의 착수시기가 적시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2월중」으로 못 박혔는데 「2월중」이란 서명시기 삽입여부가 큰 논란이 됐던 것은 정면충돌을 원치 않는 기류가 많다는 쪽으로 해석해야 할겁니다.
-정부쪽은 두가지 반응이예요. 그 하나는 겉으론 전면거부지만 내면은 협상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긍정적 해석이고, 또 하나는 개헌이 곧 민주화이며 민주화만이 모든 것을 풀 수 있다는 이제까지의 야당의 자세를 재확인했을 뿐이라는 정반대의 해석이죠.
-주목해야할 것은 민정당쪽의 시각이군요. 대화의 여지를 넓게 보려는 민정당의 확대해석은 전면거부로 나오지 않을까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뭔가 대화의 여지를 찾아내려는 협상의 의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사실상 여당이 지금까지 대학기조를 버린 것은 아니나 협상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나타낸 적은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여권으로서는 모처럼 헌법문제에 관해 숨겨둔(?) 카드를 낸 셈인데 그것을 야당의 공식기자회견 한번으로 포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겠죠. 또 여권으로서는 이번 자기들의 제의를 바탕으로 상당기간 밀어붙여 보겠다는 시국대책을 가졌다고 봐야죠.
-하여간 여야 모두 물리적 충돌에 의한 정면대결을 원치 않는 데다 이같은 여당측의 능동적 협상의지 등은 새로운 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겠군요.
-이 총재가 제의한 영수회담이 당장 이뤄질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대표회담 등을 통해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3월말쯤 되면 가능성도 있지 않겠읍니까.
-이 총재 회견직후 있은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순천발언은 대화의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겠죠.
우선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여야접촉과 개별접촉·대표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을 그려 놓았읍니다.
-민정당은 시·도 지역별 또는 상임위 별로 개별적 막후접촉을 이미 시작했으며 별도로 농어촌개발·중소기업육성책·국민개보험 등 이른바 민생관련 정책을 계속 쏟아 내놓음으로써 「정쟁지양」의 분위기를 조성해가며 「설득」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입니다.
-대화 또는 협상의 주 쟁점은 본 총재의 3개항 질문으로 압축되겠죠. 이에 대해 민정당측은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이 총재의 3개항 질문은 우선 89년에 가서 정말 개헌하는 것이냐는 것과, 둘째 「89년으로 미루는 이유」는 임기중에는 왜 못하느냐, 시기를 당길 수 없느냐는 물음이며, 마지막의 「차기 통치권자의 할일」대목은 구상하고 있는 통치질서의 내용을 밝히라는 주문 등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결국 개헌의 시기와 내용, 공백기의 정부형태 등이 협상의 주 골자인 셈입니다.
-이 총재의 회견 중 「과정에 관한 문제는 얼마든지 대화와 합의가 가능하다」는 부분은 보강만 된다면 89년 개헌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시사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그러나 정부가 야권을 보는 기본시각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여권으로서는 야당이 어떻게 나오든, 속셈 즉 나름대로의 스케줄이 따로 있다고 봐야합니다. 대화란 어찌 보면 무리수를 줄여보자는 선에 불과 한지도 몰라요. 야당과의 협상에서 기본문제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신민당도 일부는 정부·여당의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어요. 때문에 이번 정부·여당의 제안은 신민당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대 국민용이라고 보고 신민당은 당초 계획대로 강하게 밀어 붙여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래도 정면대결은 피하자는 데 쌍방의 공통분모가 있잖아요. 여권은 기본속셈이 있다하더라도 명분을 잃지 않고 더 많은 호응을 받아 스무드한 과정을 밟고 싶을 테고, 야당도 서명운동을 강행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어 이러한 부분들이 대화와 협상의 여지라고 봅니다.
-이재형 국회의장의 출국, 이민우 총재의 방미 등과 연결해 자연스레 고위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쌍방의 거리가 워낙 멀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문제의대화가 이뤄지겠느냐는 점 이예요. 특히 야권은 각 계파의 이해가 엇갈리는데서 하나의 목소리를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점이 있어 대화·협상의 장애가 되고 있죠. 어떤 이는 김대중씨의 사면·복권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은 어렵다고 점치기도 해요.
-이철승 의원이 27일 독자적으로 시국수습방안을 내고 88년까지의 거국체제구성, 대통령의 국회선출 등을 주장했는데 야권내의 상이한 시국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두 김씨는 설사 차후에 대화를 하더라도 지금은 대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읍니다.
두 김씨는 강한 투쟁으로 야권의 사기와 전의를 북돋은 다음에야 협상을 해야 뭔가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협상을 내세우더라도 한바탕의 힘겨룸은 필요하다는 주장이군요 .여당일부에서도 한판은 치러야하는 것으로 보고있어요.
-대화의 소지가 많지만 처음단계에선 본질적 대화는 안될 것이고 어차피 한번쯤의 충돌은 있으리란 전망이군요.
-그렇지만 당분간은 협상이 강조되고 모색되는 기간이 지속되겠죠. 정국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지켜봅시다. <정리=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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