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물 2개 중 1개 꼴 가격 '거품'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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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켓에 나와있는 주택 리스팅의 상당수는 시세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인벤토리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셀러와 리스팅 에이전트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집들이 늘지 않으면서 상당수 셀러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어 에이전트들이 주택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에이전트들은 리스팅 받기가 힘든 상황이 되다보니 주택 시세보다는 셀러가 원하는 가격에 매물을 MLS(Multiple Listing Service)에 올려 수개월간 집을 팔지 못해 쩔쩔 매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사례

2년차 에이전트인 정모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터헝가에 거주하는 셀러를 소개받았다. 정씨는 집 시세가 얼만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리스팅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셀러를 만났다. 셀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좋다고 설명을 하더니 시세보다 약 10만 달러가 높은 80만 달러에 내놓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씨는 주변에서 팔린 주택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시세에 맞게 70만 달러에 파는 것이 좋겠다고 제시했다. 그러자 셀러는 정씨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면서 리스팅 계약을 나중으로 미뤘다. 그 후 그 셀러는 다른 에이전트와 80만 달러에 리스팅 계약을 맺었다.

정씨는 "셀러가 원하는 가격을 받아주지 못해서 리스팅을 뺏긴 셈이 됐다"고 아쉬워 했다.

에이전트 이모씨는 두달 전 부에나파크에 있는 주택 리스팅을 받기 위해 셀러와 인터뷰를 가졌다. 셀러는 시세보다 7만 달러가 높은 가격을 원했고 이씨는 리스팅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단 셀러가 제시한 67만 달러에 매물을 올렸다. 하지만 이씨가 두 달 동안 오퍼 한 개도 받지 못하자 셀러는 "리스팅 에이전트가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왜 빨리 집을 팔지 못하냐"며 독촉을 했다.

이씨는 리스팅 가격 인하를 제시했으나 셀러가 거절하자 결국 리스팅 계약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LA서 활동하는 경력 17년차의 베테랑 에이전트인 김모씨는 3개월 전 시세보다 12만 달러 정도 비싼 단독주택 리스팅을 95만 달러에 받았다.

김씨는 일단 셀러가 원하는 가격으로 매물을 올렸는데 두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자 셀러를 설득해서 가격을 조금씩 내렸다. 김씨는 한 달 동안 가격을 서서히 내렸고 처음 자신에 제시했던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오퍼를 받고 에스크로를 오픈했다.

김씨는 "요즘은 바이어 찾는 일 보다 셀러와 리스팅 가격 정하는 일이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리스팅 가격 거품 많아

새로 마켓에 나오는 주택의 리스팅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한인 주택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류 부동산 업계서도 거품이 낀 리스팅 가격 때문에 에이전트들이 집을 파는 데 있어서 힘들어하고 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켈러윌리엄스에서 근무하는 토니 매리엇 에이전트는 "현재 마켓에 나와있는 매물 두개 중 하나는 오버프라이스로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메릴랜드주의 베데스다에서 콜드웰뱅커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다이애나 킬링은 "바이어를 기다리는 주택 리스팅의 상당수는 10~30% 정도 거품이 끼어 있다"고 전했다.

주류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셀러들이 리스팅 가격을 높게 정한다고 해서 그 가격에 집을 구입하는 바이어는 없으며 오히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원하는 기간에 집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팅 가격이 실제 거래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는 이유는 매물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에이전트들은 생각하고 있다. 셀러들은 인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높은 선에서 가격을 부르는 게 일반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상당수 에이전트들이 리스팅을 선호하고 있어 셀러가 높은 가격을 불러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거품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인 부동산 전문가들은 "셀러가 높은 가격을 고집하면 일단 셀러의 입장을 받아들인 후 한달 이내에 오퍼가 들어오지 않으면 가격 조정을 하기로 셀러로부터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집을 빨리 파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콜드웰뱅커의 데이비드 신 에이전트는 "집을 팔 때는 리스팅 가격을 너무 높게 정했다가 나중에 내리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주변 시세에 맞춰 내놓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원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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