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단 내부 갈등 뜯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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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단 내부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8월말, 병역비리 수사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 증언대에 선 군법무장교들 간의 엇갈린 진술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부터였다. 1999년 병무비리 수사 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큰아들 정연 씨의 불법 면제 첩보를 입수해 이를 군검찰이 내사했느냐 여부를 놓고 법무장교들 간에 진실게임이 벌어졌던 것.

당시 김창해 법무관리관과 고 석 법무과장측은 그러한 첩보를 보고받지도, 내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현 한미연합사 법무실장과 류관석 소령측은 첩보가 있어 고 석 대령에게 보고했고 내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양측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이 게임은 대선 판도를 가를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돼 군 내부에서도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9월 국회 국방위 국감 때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김창해 법무관리관의 군검찰 수사비 횡령 의혹을 제기했고, 참여연대는 10월7일 김법무관리관을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하게 된다. 하지만 검찰단은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국방부 감사관실도 ‘장관 서면경고’ 조치에 그쳐 봐주기 수사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감사원은 2달여에 걸쳐 감사를 실시한 결과 혐의 사실의 일부를 밝히고 그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인사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한 것. 결국 김전 법무관리관은 지난 7월9일 다른 장성 2명과 함께 보직해임 조치를 당했다. 김 전 법무관리관은 “국방부를 비롯한 대부분 공무원 조직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예산 전용 사실을 문제삼아 보직해임시킨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음모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이 지난 대선 당시 병풍 사건 때 민주당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보복으로 감사원의 표적 감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는 자신과 반대 입장을 취했던 일단의 군법무관들의 투서와 음모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전 법무관리관은 보직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파 간의 갈등이 그 동안 상당히 심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직해임 결정이 군검찰단 내부의 친노(親盧)파와 반노(反盧)파 사이의 알력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군법무관은 “김 전 법무관리관이 보직해임된 것은 명백한 비리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지 다른 정치적 해석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군검찰의 명예를 회복하고 군개혁의 시작점이자 근간이 될 군 법무병과의 개혁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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