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기가 겁난다<3>|무서운 아이들 - 10대 폭력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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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6월13일 밤10시 서울 대현동 이대 후문 앞.
10대 폭력배 「오야붕」인 「왕눈이」 가 학교도서실에서 귀가하는 김모양(17)등 서울 M여고 2년생 2명을 세워놓고 윽박질렀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허튼 수작하면 날려버리겠어. 』
「왕눈이」를 비롯해 「붕어알」 「곰」 「진드기」 등 10대 7명이 겁에 질려 파랗게 된 김양 등을 에워싸고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 봉원사 뒷산으로 끌고 갔다. 『목을 내놓든지, 껍질(옷)을 벗든지 둘 중 하나야. 』
집단폭행 후 김양 등을 쫓아보내고 「난강꿇림」 (여름에 야산에서 잠을 자는 것)에 들어가면서 「왕눈이」 의 주재하에 「자체평가회」가 열렸다.
『인간은 여자만으론 살수 없다. 내일은 각자 반드시 「삥」(돈) 을 잡도록. 』
다음날인 6월14일 밤 10시30분.
서울 창천동 신촌시장 뒤 놀이터에 나타난 「왕눈이」등 3명.
때마침 부근을 지나는 이모군 (17·H고1년)앞을 바람잡이 「붕어알」 이 가로막는다.
『너 좀 따라와 봐 줘야겠어. 』
제일 어두운 장소인 미끄럼틀 밑으로 끌려가는 이군. 「왕눈이」 가 시퍼런 과도를 꺼내든다.
『목을 내놓든지, 돈을 내놓든지 둘 중 하나야. 』
이군은 비상금등 현금 3천1백50원과 버스표 9장을 몽땅 털어 내놓고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이들은 폭력행위 등 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다.
철부지 나이에 대담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수사관들을 경악시켰던 신촌 「십오야파」 가 결성된 것은 검거되기 2년 전쯤인 83년9월.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한가위 밤.
서울 북아현동 시민아파트부근 빈터에 Y고1년 중퇴생인 전과2범 안모군(18·일명 「왕눈이」) 등 15세 안팎의 청소년 15명이 모여「행동강령」 을 선창한 뒤 발대식을 가졌다.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 』 『죽음으로 의리를 지킨다. 』
이어 예리한 면도날로 오른쪽 손목을 긋고 「피의 악수」를 교환했다.
「십오야파」는 15명이 보름날 밤에 모였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들 중 7명은 서울 M중 동창. 나머지 8명은 국민학교 동창 또는 동네친구들로 정식 (?)발대식 이전에도 2∼3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며 폭력을 휘둘러왔다.
검거되기까지 2년 동안 여학생 폭행 4차례를 비롯, 모두 50여 차례에 걸쳐 60여명의 중· 고생들로부터 2백여만원의 금품을 털어 갔음이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야산·무허가하숙집에 아지트를 정하고 낮엔 학교주변 만화가게·전자오락실등을 전전하며 밤엔 학생들을 위협해 빼앗은 금품을 절반은 두목격인 안군이 챙기고 나머지를 행동대
원들이 나누는 등의 수법이 성인 폭력단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고 있지요. 』
현재 서울시내에는 10명 안팎의 소그룹에서 1백명 규모의 대그룹까지 줄잡아 1백여개의 청소년 폭력조직이 오늘도 학교주변을 누비고있다고 밝힌 서울 서대문경찰서 이병우 수사과장은 너무 늦기 전에 비행청소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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