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商議회장 "미국식 경영모델이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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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방식에 관한 한 유럽식보다는 미국식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증명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밖에 안된 현 상황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봐야 한다."

박용성(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소장이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국내 최고경영자(CEO)대학에서 향후 정부의 기업정책과 관련, "지켜보자"고 주문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영자대학은 '위기와 선택, CEO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17~20일 제주도에서 열리며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 2백여명이 참석했다.

朴회장은 "포천지 글로벌 5백개 기업 CEO의 거의 모두가 미국 경영대학원 출신인 것을 보면 미국식 경영모델이 나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현 정부를 친노(親勞)정권이냐, 아니냐 하는 이분법적으로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朴회장은 "네덜란드식이니 미국식하며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지 말고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朴회장은 2만달러 시대와 관련, "계산적으로는 연 5~6% 정도씩 성장하면 2010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의 노사관계.교육.정부.언론이 바뀌지 않으면 이 같은 목표는 절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 각 부문의 변화를 촉구했다.

주5일 근무와 산별노조 문제와 관련, 그는 "제도 자체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국제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며 "선진국보다 많은 공휴일수.경조사 휴가 등 약정 휴가, 그리고 근무 연한이 아닌 생산성에 따른 임금 지급 등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자금과 관련해 朴회장은 "지난 대선에 여야 모두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하지만 선관위에 영수증을 받고 지원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영자 대학에서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한국 네슬레 샘 리(한국명 이삼휘) 사장 등은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는 편법에 대한 유혹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 튼튼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소장은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이란 강연을 통해 오늘날 삼성의 성공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했고, 정도경영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기업들에 부실기업을 떠맡길 때 인수기업들은 경영을 잘해 회사를 살리는 방법으로 이익을 얻기보다는 정부가 준 '금융지원'으로 이익을 챙겼다"며 "李회장은 올바른 경영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그런 부실 기업 인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네슬레의 샘 리 사장도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가치를 도외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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