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선물 실용적인 것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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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족용이든 증정용이든 선물 한 두개 사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무엇을 살까? 특히 가족 아닌 어려운 대상인 경우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그러나 선물이란 우선 받아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주고서도 가슴이 뻐근하지 않을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둘째로는 품목인데 이왕이면 받아서 요긴하게 쓰고, 주고서도 흠잡히지 않는 것이 좋다. 옛날 전통사회 때 성행하던 세찬의 풍습을 되새겨 본다.
「찬」이란 원래 「음식」의 뜻. 전하여 「음식을 차려 내놓는다」는 의미도 된다.
옛날 조정의 세찬은 세 후에, 민간에서는 섣달 그믐에 행해졌었다. 궁중의 품목은 쌀·쇠고기·절인생선(염어) 등이었고, 민간에서는 그야말로 정월시식의 자료들이다.
곶감·쇠고기·건어물(북어·대구)·비웃(청어를 살짝 절인 것)·김·꿩(생치)·계란·술등이었다.
필자가 어릴 때(2차대전 전 물자가 궁핍하지 않을 때) 동네 단골가게에서조차 연말이면 세찬을 보내왔다. 반찬가게에서는 명태·계란·김, 과일가게에서는 귤상자, 간장(일본간장) 가게에서는 최상급간장 한 통(나무통)을 손수 주인이 지고 와서 고마워 하던 정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다.
또 정월에 세배오는 일가 부인들은 엿동고리, 연시함지, 삼색 고물을 묻힌 인절미 모판, 혹은 손수 만든 강정·약과 상자를 가져오기도 했다. 오늘날 연말연초의 오가는 선물을 보면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 면에서도 세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 많다.
선물이란 정의의 표시니 너무 과중해도 곤란하다. 앞서 열거한 옛날 세찬 품목이 마음에 부족한 경우에는 잣·한과·인삼·말린 버섯 등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세배나 세찬 보내는데 있어서 알아둘 것 몇가지.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는 구습에 젖은 집안이 적지 않다. 그런 어른이 계신 집에는 ①정초에 여자가 세배가지 말 것. 이런 경우는 그믐께「묵은세배」로 대신하면 좋다 (대체로 초하룻날은 집안네만 가는 것이 관례였음). ②유해무해 따질 것 없이 흰색일색의 한과(강정·산자 등)는 사가지 말 것. ③남자 어른께 양말선물은 말 것 (옛날 명절때 종들에게 양말을 나눠줬던 풍습으로).
이상은 필자 주변의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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