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기 힘들어서…" 치매 모친 때려 숨지게 한 50대 아들 구속

중앙일보

입력

‘모시기 힘들다’는 이유로 치매를 않던 모친을 때려 숨지게 한 50대 아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A씨(59)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10시쯤 안양시 만안구 자신의 집에서 치매를 앓던 모친(78)의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다.

A씨는 이튿날 오전 모친이 숨진 사실을 알고 장례식장에 연락했고 시신 수습과정에서 멍자국이 발견돼 범행이 드러났다. 장례식장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폭행 흔적을 확인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당시 A씨는 “왜 돌아가셨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뇌출혈 등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부검결과를 토대로 한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모친의 갈비뼈도 골절된 상태였지만 관련성을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서 “(범행 당일) 모친이 차려준 식사를 하지 않고 욕설이 섞인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했다”며 “평소에 누적된 불만이 겹치면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직전 찾아온 여동생으로부터 “모친에게서 폭행 흔적을 보지 못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

3남 1녀의 장남인 A씨는 2년 전부터 모친과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만안구청에 치매와 관련해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 등을 문의했지만 특별한 도움은 못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양시에는 현재 동안구청에만 치매예방센터가 위탁 운영 중이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안양=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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