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한시」안의사와 무관|부산대 이병혁교수가 일일이 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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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0일 일본에서 안중근의사의 옥중한시로 공개된시의 내력이 밝혀졌다.
부산대 이병혁교수(한문학)는 14일 이들 한시를 일일이 고증, 『시의 유래나 내용·글씨 등으로 보아 안의사의 자작시가 절대 아니며 그 조잡한 내용으로 보아 안의사가 직접 필사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에 따르면 첫번째시「북성연안요수면…」은 원래 「일성연안교수면…」이란 시에서 글자만 몇자 바꾼 시다. 바꾼게 세련되지 못한데다 조잡하기 이를데없다. 원래 이 시는 이후(이후·호랑산)가 지었다는 시로 당시 독립운동자의 심정에서「사향」이란 제목의 시를 모집했는데 거기서 1등을 한 시라고 전한다.
원래 시의 내용은 이렇다. 『북녘 한 기러기 소리 졸음을 깨어, 홀로 높은 누에 오르니 달빛만 온하늘에 가득하네. 열두 때 언젠들 고향생각 아니리오, 삼천리 밖에서 또 일년보내누나. 아우 형 백발은 눈앞에 삼삼한데, 아버지 할아버지 무덤은 선하기도 하네. 다만 무궁화 만발하는 그날 기다려 압록강 봄 물에 돌아가는 배띄우리라』
두번째 시 「남아입지육대주…」 역시 「남아입지출향관…」이란 시에서 글자만 몇자 바꾸었는데 그것도 첫구는 시로써 성립하지 못한다. 석월성의 시다.
세번째 시는 어느 풍류객의 시로 안의사완 무관하고 네번째 시 「일보이보삼보립… 」은 김삿갓의 「상경」이란 시로 『김입시집』에서 흔히 볼수있다.
다섯번째 시 「노화비상수각명…」도 원래 「노화비상시수명…」이란 유명한 일화를 가진 시. 옛날 경남함안 명기 노화와 암행어사의 사연이 담긴 시다.
보도된 바로는 이상 5수외에 나머지는 글귀만 세어서 6수로 보아 도합 11수를 발견했다고 한것 같다.
그러나 나머지는 시가 아니라 잡귀다. 이를테면 「영상부운명일우, 암간낙섭거년추」는 중 (승)과 김삿갓이 내기한 시를 몇자 바꾸어 실은 것이고 「대사마좌청산중, 일포의래백일한」은 황현이 위당 신대장집에서 지었다는 시그대로다.
이교수는 따라서 『이 한시들은 어떻 사람이 자기 마음에 드는 시와 시구를 책에 써둔 것에 불과하며 안의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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