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판날듯말듯「자구」로씨름|발의 안됐는데 무슨「번의」냐 민정|학교도 아닌데 무슨「연구」냐 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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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정상화협상이 결말을 짓는 초읽기에 들어섰다.
두차례의 총무회담과 두차례의 막후접촉이 있은후「혜특」명칭과「장외화자제」의 표현방식으로 압축된 총무간의 절충내용올 민정·신민당이 14일상오 각기 최종적으로 검토한후 14일하오 또 한차례의 총무회담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나 전도는 불투명.
○…「연구」와「심의」로 맞붙은 특위명칭은 여야총무간에는 두가지 용어를 다 빼버리고 그냥「헌법특위」로 하자는데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13일저녁『「연구」이상의 명칭은 고려할수없다』는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대구발언으로 다시 혼선.
노대표의 이 발언은 13일하오의 3차총무회담의 결과를 이세기총무로부터 전화로 장시간 보고받은후 나왔다는 점에서 민정당의 후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것.
그래서 이날밤 다시 막후접촉을 가진 이세기 민정당 총무와 김동영 신민당 총무간에는 이 문제를놓고 또한번 입씨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특위명칭은 신민당의 장외운동자제의 결의표명문제와도 맞물려있는데 민정당은 표현강도가 높으면 특위명칭에는 약간의 신축성도 가능하다는 입장.
반면 신민당은 특위를 설치, 국회에서 헌법토의를 활성화한다면 장외운동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이미 천명했지만, 구체적인「보장」이나「약속」은 하기 곤란한 성격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예컨대「장외」의 한계나 범위도 문제고,「자제」의 내용이나 대상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는 논리다.
또 이런 명칭문제나 표현문제에 대해서는 각 당내부에도 강경·온건이 엇갈리고있어 협상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14일아침 부랴부랴 열린 여권의대규모 당정전략회의나 신민당의 확대 간부회의도 이런 문제에 관한 최종적 당론조정의 필요성 때문.
○…특위 명칭에 관한 여야의 논리는 대충 이렇다.
이민정당충무는 신민당이 주장하는「심의」는 개념상 구체적으로 심의할 대상을 전제로 한것인데 개헌안이 발의되지도 않은 현시점에서는 심의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부적절한 것이라면서「연구」에는 자구이상의「포괄적」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이총무는 또 신민당측이 이미한번 내놓은것을 그대로 받을수 없다고 하지만 헌법은 당대당의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연구특위」라도 재론하는 것은 국민에대한 약속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대해 김신민당총무는 국회가 학교나 연구소가 아닌만큼「연구」라는 명칭은 걸맞지않는다면서 설혹 개헌안 발의가 없었더라도 헌법특위가 할일은 결국 개헌의 방향을「심의」 하는 것이지「연구」하는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김총무는 또「개헌특위」를 주장하던 당론을 굽혀「헌법심의」로까지 융통성을 보이는데도 당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지난번 협상이「연구특위」로 결렬됐는데 민정당이 이번에 다시 조금도 양보치 않겠다면 대화재개에 대한 진지성이 결여된 태도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김총무는 13일하오 3당총무회담을 마친뒤 만약 민정당이 다소 융통성을 보이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면서「헌법특의」라는 명칭을 공개적으로 시사.
이런 상반된 논리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두총무는 표정이 밝아명칭에 대해서도 사실상 어떤「묵계」가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
○…신민당의 장외운동구제 문제에 대해 이민정당총무는『특위가 구성이 된다면 신민당도 1천만서명운동의 장외확산을 삼가고 모든 개헌논의의 장내 수렴을 분명히 내외에 천명하는 한펀 의회주의원칙을 준수한다는 전제를 약속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에대해 김신민당총무는 이미 이민우총재가 특위가 구성되면 서명운동에대한 신축성을 보일수있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약속」할 수는 없다고 거절.
김총무는 그러면서 지구당 개편대회에서의 개헌논의를「장외화」로 간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장외의 구체적 규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강조.
그러나 이문제 역시『헌법문제는 원내수렴을 원칙으로 하고』라는 대표회담의 공동발표문으로 무리없이 처리하자는 초안을 이민지당총무가 제시해「양음의 편의해석」이 가능할듯 했으나 특위 명칭이 끝내 걸렸다.
이밖에 국회정상화에 따른 여야간 쟁점으로 예산안 단독처리에대한「유감」표명과 의원보좌관입건문제가 있으나「공동유감 표명과 악화방지」로 서로 상쇄돼 사실상 회담초기부터 합의를 보아 더이상 거론조차 안되는등 어물쩍 마무리 된 실정.
또 민정당측이「큰것」이라고 내놓은 조감법수정에 대해선 신민당이 외면하고, 대신 농촌부채탕감안을 내놓았으나 민정당이 그 심각성과 원칙에 동의한다는 차원에서 받아들여 피차 정치적으로 마무리될 전방.
한편 민정당측이 김봉욱의원(신민)의 간통사건, 신민당측이 구속학생석방을 얘기했으나 특위명칭 외에는 사실상 협상의 부대적조건들일뿐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이슈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과정에서는 종전과는 달리 신민당안에선 온건론으로 비교적 일찍 당론이 조정돼 있었으나 민정당의 강경론이 도처에서 고개를 들어 협상의 복병(?)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11일의 심야 총무절충에서 대강의 의견접근을 본 내용을 12일 이총무로부터 보고 받은 회의에서 정순덕 사무총장이 의사당폭력 수사의 중단을 놓고 다퉜다는 소문이었는데 그것이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한「위장이견」은 아니라는 추측이 유력.
일부 당직자들은『야당이 주장 하는대로 밀리다 보면 몽땅 벗어버리는 사태가 온다』『이번에는 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한다』고 협상론에 계속 쐐기.
이영일총재비서실장, 강용식대표위원보좌역등은 헌법연구특위를 재론하는 것조차 불만이라면서『당내 반발이 적지 않을것』이라고 전하곤「헌법연구특위」라는 명칭은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한 관계자는 당외에도 강경주장이 있다고 부언.
아닌게 아니라 노대표폭에서도 이민우신민당총재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 않겠다는 기분이 있는 것 같고 이총우도『앙당 대표간에 감정과 불신이 남아있다』고해 대표들간의 감정적 갈등이 다른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는 형편.
한 고위 당직자는『이 총무가 미리 절충한 헌법특위 카드를 들고 왔지만 당내반발이 너무 크다』고 걱정해 한때 협상전도에 암운이 끼는 느낌을 주기도했다.
그러다가 14일 최종대책회의에서 당논은 결국 강경쪽으로 굳어져 특위는「연구」이상을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는데 노대표가 이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것.
노대표는 13일 대구에서 이총무의 보고를 받았을때도『뭐 별성과가 나오겠느냐』는 시큰둥한반응을 보였었다는것.
노대표는 지난 2일 협상때 야당요구대로 다 들어주었다가 결국 당했는데 이번에 헌법특위를 주고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강한 불신감을 표했다는것.
결국 노대표는 위의 분위기가 강경한데 괜시리 또 온건하게 나갔다가 결과가 안좋으면 두번 당하게 된다는 걱정을 한 것 같다는 풀이.
더우기 당직자회의에서는 협상론을 주장하는 이총무보다는 당외분위기를 전하는 정총장의 발언이 강했다는 후문.
결국 이총무의『야당을 설득하기보다 당내설득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그대로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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