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값,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7일 제네바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각료회의는 현공시가체제의 유지를 포기하고 대신 시양점유솔을 고수해나가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유가전쟁을 의미한다. 이런 사태는 오래전부터 석유전문가들이 예견했지만 그 궁극적 귀결은 적어도 현단계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석유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은 현재의 석유수급상황으로 미루어 당분간 가격하락을 재촉할것으로 예측된다.
성급한 관측자들은 벌써 배럴당10달러선의 유가를 점치고 있고 많은 석유연구기관들은 배럴당 20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OPEC견유국들이 우유카르텔의상징인 공시가체제를 포기하면서까지 시장쟁탈에 나서게된 것은 물론세계석유소비의 감소와 과잉생산때문이지만 OPEC내부의 이해부일치와 실질적인 결속력의 감소가 더이상의 유가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든탓도 없지않다.
이미 이 우유카르텔은 오래전부터 공시가와 견유쿼터라는 양대 카르텔 유지수단의 무력화를 겪어왔고 잇단 공시가인하와 생산쿼터조정을 거치면서도 근원적인 해결의 길을 찾지못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대량 소비국들의 과감한 소비절약과 비OPEC산유국의 생산증가때문이었다.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했던 OPEC점유솔이 30%까지 떨어진 지금 OPEC가 할수있는 일은 가격경쟁뿐 일지도 모른다.
카르텔가격과 생산쿼터를 지킬수없는 자중지난을 고수하기 보다는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가격경잭으로 돌아서는 것이 훨씬 현실적일수 있다. 내우를 외환으로 대체함으로써 그나마의 시장영향력이나마 유지 또는 개선해보려는 시도로 풀이할수있다.
이 경우 문제는 과연 OPEC가 비OPEC 견유국과의 경쟁에서 어느선까지 손해볼수 있느냐가 관심사가 된다. 현재의 쿼터제와 공시가가 지켜지지않는 최대이유가 각회원국의 긴박한 재정사정인 점을 고려할때 이 가격전쟁에는 분명한한계를 가질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OPEC의 시도는 그들에게는 매우 위험도높은 모험이 될수 있다. 비OPEC 석유의 높은 생산가가 그들에게는 하나의 방파제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유가혼란이생길 소지도 없지않다. 이런 사태는 생산국뿐만 아니라 소비국들에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
소비국들에 바람직한 상태는 생산국들간의 시장분포가 적절하고 안정된 가격수준의 유지를 가능케할정도로 균형을 잡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시장균형의 회복이 시기적으로 너무 오래 걸려서도 안된다. 유가의 하락은 혼란에까지 이르면 또다른 석유파동을 불러일으킬수 밖에 없다.
연간 70억달러나 석유를 수입해야하는 우리로서는 가격하락이 침체된 경기국면이나 국제수지에 도움이 될것은 분명하다. 국내가격인하의 가능성을 미리부터 점검하되 소비절약의 가능성은 계속 탐색되고 실천돼야할 사항인 점에는 변함이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