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인권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화2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의 고등법원이 9일 군사독재지도자 5명에 대해 종신형에서 4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함으로써 약8년간에 걸친 군사독재의 잔재가 법적으로는 1차적으로 해소된 셈이다.
지난 76년부터 82년까지 군정기간중 정부의 눈에 거슬란다는 혐의만으로 납치·살인·고문·강도등 이른바 「추악한 전쟁」을 자행한 혐의로 「인권재판」에 회부된 과거 군정지도자는 9명.
「알폰신」대통령은 지난 83년12월10일 민간정부의 대통령에 취임한지 3일만에 이들 군정지도자 9명을 군법회의에 회부, 재판할것을 명령해 출범초기부터 우익군부세력과 심각한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84년10월 군부가 군법회의를 통한 재판을 거부하자 「인권재판」은 아르헨티나고등법원이 담당하게 되었고 지난4월22일부터 약8개월간 6명의 판사가 심리를 맡아왔다.
군사독재기간중 좌익게릴라와는 상관없는 무고한 시민이 납치되어 흔적도 없이 「실종」된수가 9천여명. 그러나 인권단체에서는 3만명이 실종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가운데는 1백20명의 어린이도 포함돼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76년이후 매주 목요일이면 붸노스아이레스의 「5월의 광장」에서는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아들의 사진을 들고 침묵의 시위를 벌이며 이들의 생사확인을 요구했었다.
형이 선고된 5명은 살인 2백64건, 납치 1천8백79건, 고문 8백82건과 강도·금품강요·문서위조등 온갖 악행을 다 저질러 왔다고 아르헨티나 고등법원은 판시했다.
이들 5명은 10일 이내에 연방대법원에 상고할수있으나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대법에서도 이들의 형은 그대로 굳혀질 전망이다.
한편 무죄를 선고받은 「갈티에리」전대통령은 아직 포클랜드전쟁을 수행한 혐의에대한 재판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또한 「스트라세라」연방검사는 『이번 재판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해 죄를 지은 모든 군인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군사독재지도자들에대한 이번 단죄는 그간 아르헨티나의 민주화를 위해 외롭게 투쟁해온 「알폰신」대통령의 일대승리라 할수 있다.
재판기간중 계속된 군부의 압력과 극우분자들의 테러등 사회불안, 그리고 5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외채와 실업률등 불리한제반 여건속에서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알폰신」의 민주정부를 적극 지지하고있고 이번 재판의 결과에 환호를 올리고 있는것은 그만큼 민주화를 열망하기 때문인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재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