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주인이 미래 결정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7호 14면

오칼리크 에기시아크(사진) 이누이트 환(環)북극이사회(ICC) 의장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밝게 웃으며 “한국의 북극서클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고 악수를 청했다.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는 에기시아크 의장은 5월 17일부터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서 열린 북극서클포럼에 참가했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원주민들은 전통과 서구화 사이에서 방황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호소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977년 창설된 ICC는 규모와 활동 면에서 북극권 원주민 권익보호단체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힌다.


-원주민의 도전 과제는?“자살·교육·알코올중독 같은 사회문제들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경제적 이슈에 너무 치우치는 것 같다.”


-비북극권 국가들과의 바람직한 협력 방안은?“북극 관련 이슈에 관해서는 원주민과 직접 소통·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주인인 원주민이 주체가 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극권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다양한 주체들과 교류·협력하면 원주민들도 그만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원주민 사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극권 원주민 50여만 명은 소속 국가에 따라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이누이트족 15만5000명)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러시아(사미족 7만 명) ▶미국·캐나다(애서배스컨·그위친족 5만5000명) ▶알래스카·러시아(알류트족 1만5000명) ▶러시아(기타 25만 명)로 나뉜다. 국가별로 처우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원주민들의 독립국가 창설 주장도 제기된다.


-ICC의 역할은?“북극권 원주민들은 미국·러시아·캐나다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언어를 쓴다. ICC는 국경을 초월해 이누이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이누이트들의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돕고 있다. 사회적 도전 과제와 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그린란드가 국제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내가 속해 있는 캐나다의 원주민 사회와 그린란드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그렇지만 교육·자살 등 고민은 비슷하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본토와는 떨어져 있다. 슬기롭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유럽계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다른 원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극 원주민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