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찾아 잘 모시겠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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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까지는 지하철 공사판 현장감독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시민을 안전하게 모시는 역무원에 장사 잘하는 세일즈맨이 돼야한다는 입장입니다.』
81년9월 육군소장으로 예편, 서울지하철공사 사령탑을 맡아 3, 4호선을 완공하고 그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재명(54)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그는 4년간 하루도 벗어본 일이 없는 푸른 작업복을 잠시 신사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지하철공사의 입장을 털어놓는다. 지하철 1단계 건설이 끝났으니 이제는 안전운행과 흑자경영의 시대에 들어섰으며 훈장도 이 두가지를 잘하라는 채찍같다는것.
그래서 김사장은 요즘 지하철관리와 경영에관한 책을 탐독한다고 했다. 특히 경영관계전문가들과 자주 접촉하고 그러다보니 하나하나가 새롭다는 이야기다.
-지하철승객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자연 돈벌이도 시원치않고….
『예상보다 다소 처지기는 합니다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3, 4호선개통 한달만에 승객이 하루 1백30만명에서 1백90만명으로 늘었읍니다. 그러나 이것은 돈내는 승객이고 실제이용자는 갈아타는 손님1백90만명을 포함, 4백60만명이 됩니다. 서울시민 절반 가까이가 지하철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내년말까지는 돈내는 승객이 3백만명에 이를겁니다.』
-손님을 끌 무슨 묘방이라도….
『지하철은 무정체 탄환열차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신속한 대량 수송기관이죠. 따라서 운임이 싸고 이때문에 고정승객을 많이. 확보해야죠. 그러기 위해선 저희들이 승객을 찾아 모셔야 합니다. 이때문에 우선 6천8백여명의 직원들을 모두 세일즈맨으로 만들기위한 교육을 하고있습니다. 특히 1백2개역을 중심으로 지역승객을 늘려나가는 승객 배가운동을 펴고 기업체를 찾아 섭외활동을 하고있습니다.
-철도청의 경영기법을 들으신 일이 있는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 적자를 크게 줄이고 있는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도시지하철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러시아워 10분동안에 10만명을 수송합니다. 한 역에서도 2∼3분마다 수천명이 타고 내리죠. 이쯤되면 승객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읍니다. 다만 낮시간 영업이 문제인데 이것은 장기적으로 지하철이 「편리한 발」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빛이 1조8천억원인데 어떻게 갚으시겠읍니까.
『사실, 그래서 빚잘갚는 박사라도 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오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갚을 자신은 서 있읍니다. 우선 역주변의 역세권개발에 참여, 갖가지 부대사업을해 수입을 올리고 역구내에도 매점을 크게 늘려 직영하는 문제도 검토중 입니다.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지만 우리의 지하철건설 실적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하는 문제도 추진중입니다.』
그동안 일화도 많았다. 그중의 하나가 84년에 위촉받은 대한상사 중재원의 중재인자격. 지하철을 맡기전까지 군인생활이 전부인 그가 엉뚱하게 상사중재인이 된것은 지하철에 필요한 각종 외자재 4억5천만달러어치를 들여오면서 계약서 원본을 한글로 꾸미고 분쟁이 일때는 서울에서 대한민국법률로 중재재판을 한다는 원칙을 관철했기때문. 김사장이 영문원본을 요구하는 각국의 주장을 묵살하고 한글원본을 고집한것은 우리가 저들의 자재를 쓰면서 영문계약으로 하는바람에 보는 피해가 많아 콧대를 꺾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이때문에 지하철에 관한한 단 한번도 골치썩인일이 없었다.
이소문이 알려져 당시 남덕우중재원장이 김사장을 중재인으로 위촉하고 감사패까지 준것.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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