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보좌관 입건 정국 새불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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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산안 처리과정중 신민당의원보좌관의 여당의원에 대한 언동을 민정당이 「중요사태」 로 규정, 문제를 삼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이진우국회사무총장이 이문제와 관련, 사표를 제출하는등 보좌관문제가 점차 확대되고있다.
국회는 또 국회의 질서유지와 경호강화를 위해 경위의 수를 늘리고 관계법규의 개정 보완을 추진키로 하는 한편, 「폭력」보좌관을 처벌할 계획으로 알려져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것이 예상된다.
신민당측은 당초 『웃기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었으나 사태가 의외로 확대되자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민정당상층부의 노여움과 이재형국회의장의 이례적인 담화문에 나타난 △의회민주주의 모독 △국민의 분노와 실망 △정치도의상 용납할수 없는 사태 △의원및 종사원들의 일대각성촉구등의 표현을 확인하고는 막바지 정국이 더욱 경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제된 야당보좌관의 당시 행위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당시 신민당은 여당의 기습에 대비, 국회본회의장·예결위회의장등에 의원들을 8개조로 편성·배치하고 「순찰」을 돌게하면서 보좌관들을 동윈, 의원들과 공동보조를 취하도록 했다. 또 일부 보좌관들을 참의원실 지하실 복도등에 배치해 여당 동태를 살피게했다.
지난달30일밤 여당이 본회의개의를 시도하자 30여보좌관들은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방청석으로 통하는 입구에서는 경위들과 주먹다짐까지 일으키면서 이때 가드레일등이 부서지기도 했다.
본회의가 야당의원들의 단상점거등으로 열리지 못하자 민정당의원들은 예결위회의장으로 향했는데 예결위회의장 진입을 막으려는 야당의원과 보좌관 그리고 여당의원사이에는 이때 밀고 밀리는 몸싸움과 욕설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좌관들은 여야의원들과 뒤엉켜있는 상태에서 여당의원들을 몸으로 밀고 밀리는 일이 있었고 그중에는 들어가려는 여당의원을 뒤에서 끌어당긴 보좌관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민정당의 정남·곽정출·구룡상의원등은 자신을 잡아당기고 욕설을 하는 보좌관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정의원등에 붙잡힌 한 청년은 보좌관이 아닌 신민당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내보인 뒤 다른 보좌관들이 『의원이면 다냐』는 등의 고함을 퍼붓는 북새통을 이용, 달아나기도 했었다.
의원끼리 맞붙는 상황에 보좌관들이 이처럼 끼여들어 이런 현상이 벌어지자 민정당지도부는 격분해 이진우 국회사무총장을 몇 차례나 불러 질책했고, 사무처 당국은 일요일(1일)이었는데도 보좌관 신분증을 일제히 갱신했다.
민정당은 사무처가 당시 질서유지를 위해 경위들을 동원, 보좌관들에게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도 손을 쓰지 않았다고 보고있다.
이 국회사무총장이 사표를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사무처의 실무 간부들에 대해서도 모종조치가 있을 분위기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경호권행사를 하도록 하고(141조) ①경위를 두도록 하며 ②필요시는 경찰의 파견을 요구할수 있도록 하는것(142조)은 물론 ③소란행위자의 퇴양까지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있지만 5∼9급 공무원인 경위들로서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는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민정당은 47명의 현원을 대폭 늘려야겠다는 것이고 경위들에게 임무를 수행할수 있는 실제적 힘을 부여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정당은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이번과 같은 사태보다는 불순분자의 침투를 막는데 더큰 뜻이 있다면서 『정치적 의혹의 소지가 없도록 야당측과 충분히 협의할것』(최영철부의장)이라고 강조하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질 분위기는 아니다.
민정당이 보좌관문제를 심각하게 보게된 것은 당상층부의 분노와 이번 과정에서 당한 많은 의원들의 「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기회에 이런「폐습」의 재발방지책을 강구하자는 생각이다. 이에따라 당국이 일부보좌관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착수하고 몇몇 야당의원의 소환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미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당시 상황을 검토, 내사를 끝냈다는 얘기다. 그리고 민정당은 이문제는 야당과 대화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다룰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신민당은 처음 다소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는 정치문제의 사법화라는 민정당의 「습관」이며, 앞으로 전개될 우야와 신민당의 개헌추진서명운동등에 대한 사전압력용으로 보고있다.
신민당은 또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의원이나 의원보좌관의 행위가 개인행위가 아니라 민정당에 대한 신민당의 집단적 공동 행위의 일환이었다는 점과 관련, 이문제에 대한 사법화는 곧 신민당의 정치투쟁을 사법적으로 재결하겠다는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신민당은 따라서 문제의원과 보좌관들에 대한 당국의 수사에 일체 응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민정당의 날치기 통과, 즉 국회법상 참여와 표결권을 갖는 의원에 대해 의사일정·장소·시간 변경을 고지하지 않은 최영철국회부의장, 김종호예결위원장, 김용태재무위원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해 역시 사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검토하고있다.
그러나 신민당은 이 사건이 박·조의원 사건의 재판이 돼 우의 개헌추진작업에 차질을 초래케 하지않겠다는 방침이며 오히려 「때가 때인만큼」 강력한 「정치적 대응책」으로 개헌추진본부의 시·도지부구성등을 조속히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 당직자는 밝혔다.
결국 아이들 싸움이 어른싸움된다는 식으로 보좌관문제는 가뜩이나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있는 마당에 또 어떤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정치문제로 돼가는 상황이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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