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판고교의 경우|분반수업으로 실력 차이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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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계적으로 배정된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고교나, 본인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학교가 정해진 우리의 평준화고교에는 교육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질학력수준집단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영어·수학과목은 성적에 따라 보통반·우수반으로 능력별 분반 수업을 합니다. 균질 집단끼리 모이게 되니까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깊이 알게되고 수업분위기도 좋아지며 교사들도 가르치기가 훨씬 쉽다고 하더군요』
3년째 1, 2학년의 분반 수업을 하고있는 서울석관고 오배근교장(59)은 1년사이 상·하위반의 평균성적차이가 3점쯤 줄어든다고 했다.
학기단위로 재편성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늘 긴장상태에 있어 탈선방지 등 생활지도에도 큰 도움이 되고있다.
영어 우수반 학생이 반드시 수학 우수반은 아닌데다 학기가 바뀌면 과목별로 학급당 7∼8명이 반를 바꾸게 되기 때문에 열등감 같은 것도 없다.
『우수반에 못든 학생들은 1학기 한달 쯤은 풀이 꺾여 지내지만 금세 잘 어울리는 편이지요. 학급간의 위화감이나 반목도 전혀 찾아 볼수 없어요』
연구주임 남민우교사(48)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자리를 옮기게 되어 처음에는 안정감을 잃어 다소 어수선하지만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출·결석 체크와 학기별로 바뀌는 출석부정리, 반별 교육자료 준비등 교사들의 일이 크게 늘어 대부분의 고교가 꺼린다는 것.
효율적 학습지도를 위해서는 상·하반 교재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수준에 맞는 교재개발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래서 같은 교재로 진도는 같이 나가지만 표현이나 예시가 반별로 달라야하기 때문에 특히 하위그룹을 가르치려면 2∼3배의 힘이 든다고 했다.
또 남녀공학이어서 여학생의 경우에는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수업 중 언행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 3학년들은 대입관계로 자칫 평생동안 한이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아래 분반 수업읕 하지 않고 있다.
『분반 수업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특히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을 위해서는 효과가 큰것 같아요』(l학년7반오승민양(16)의 말).
그러나 오교장은 바람직한 분반수업을 위해서는 한학급 학생을 성적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하고 같은 과목을 동시에 수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급규모를 훨씬 줄이고 여유교실과 교사를 확보해야하며 상·하 수준에 맞는 교재도 개발해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당장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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