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급의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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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업문제가 발등의 불로 부각된 가운데 교원자격자의 취업문제 또한 심각한 양상을 띠고있다.
기약 없는 「대기」에 지친 사대·교대졸업생들이 막노동판이나 웨이트리스·다방 레이지 등으로 전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취업을 못하는걸 비관, 자살한 사건도 일어났다.
22일에는 고려대· 인하대 등 7개 사립사범대생 5백여명이 고대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서 연합집회를 갖고 「교원대 철폐」 「사대인의 생존권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또 얼마 전에는 이미 졸업한 예비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동안의 고생담을 털어놓고 당국에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까지 쳐서 임용을 받지 못해 대기중인 인원은 자그마치 1만3천4백42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전주·제주교대 졸업자는 단 1명도 임용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임용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국립사대출신마저 54%가 아직도 대기중이라고 하니 사립사대출신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졸업만 하면 어엿한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것이라는 기대 속에 교직의 문을 두드린 이들이 취직은커녕 언제 취직이 된다는 기약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교원수급이 이처럼 차질을 빚고있는 것은 한마디로 장기인력수급계획의 졸렬성 때문이다.
물론 경기후퇴로 인해 연간 5%선을 유지해오던 교수이직율이 크게 감소되어 신규채용인원이 줄어든 탓도 없지는 않다.
또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학급수를 크게 늘리게 되어있는 교육 장기계획이 문교예산의 제약으로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 한데서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문교부에 대고 불투명한 경기까지 왜 예측 못했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
또 교육투자를 왜 계획대로 못했느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도 무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교사이직률이 떨어졌고 교육투자를 마음 먹은대로 못했기로서니 1만3천여명이나 되는 인원이 차질을 빚을 만큼 교사수급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한마디로 막중한 정원정책을 탁상에서 계획하고 실전에 옮긴데서 빚어진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옥상옥격으로 교원대학까지 신설해서 교사양산을 가중시킨 것은 교사의 질 향상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약하다.
교사의 질이 중요함은 다 알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극소수의 엘리트교사를 양성할 필요가 꼭 있었는지 묻고싶다.
결국 교사의 수급도 몇 십 년 앞을 내다본 장기플랜 밑에서 세워져야한다.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계획은 어떤 것이건 실패하고 만다는 교훈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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