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서정돈<서울대의대·내과>심장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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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경제발전으로 식생활등 여러가지 생활습관이 변함에 따라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점차 늘고 있다.
그 결과로심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떤 면으로는 바람직하나 불필요한 심장걱정을 하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 문제가 될때가 있다.
자신의 심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깜짝깜짝 놀라기 때문』『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가슴이 잘 두근거리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마음과 심장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심장을 정신적인 현상의 주체로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실제심장의 기능은 전혀 다르다.
심장은 근육으로 뭉쳐진 펌프다.
심장의 근육이 한번 수축할 때마다 혈액이 산소와 영양을 전신으로 운반한다.
60평생을 사는동안 심장은 20억회이상 수축을 반복하여 2억ℓ이상의 혈액을 전신으로 내보내는 성능이 좋은 펌프다.
이렇게 힘찬 운동을 반복하려면 심장근육자체에도 피가 잘 통해야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돼서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또 심장안에는 혈류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위해 4개의 판막이 있는데 이들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흘러가는 길이 좁아져 혈액을 내보내는데 더 큰 힘이 들거나 일부 혈액이 반대방향으로 흘러가 심장기능이 떨어진다.
심장박동수를 필요에 따라 조절하고 규칙적인 수축을 계속할수 있도록 하기위해 심장안에는 전기가 잘 통하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다.
이부분에 이상이 오면 여러가지 부정맥이 초래된다.
고혈압인 사람은 결국 더큰 압력으로 피를 내보내고 있는 셈이므로 심장근육에 더 큰 부담을 주게된다.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구조의 결함으로 펌프기능이 제대로 안된다.
이처럼 심장이 하는 일은 정신적 현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또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경우 나타나는 증상도 대부분 정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이 긴장하거나 흥분하거나 공포에 사로잡힐 때 자율신경이 자극되어 심장활동이 더 활발해져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전혀 병적인 것이 아니다.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사람이 빨리 걸어가면 곧 숨이차진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조금만 긴장을 해도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이절로 나오는 때도 있다.
이또한 전혀 병적인것이 아니다.
심장병 환자에 나타나는 증상이 건강한 사람에서도 똑같이 나타날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병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쉽게 믿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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