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엔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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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 엔화는 미 달러 당 2백 엔을 못 미치고 정착하는 것 같다.
지난 15일의 종장에선 달러 당 백3·55엔이었다.
그 사실을 놓고 일본에선 엔화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일종의 「천장감」이다.
9월 22일 선진5개국(G5) 재무장관회담 직전의 시세는 달러 당 2백42엔 이었다. 지난 7일의 시세 2백2·55엔은 어지간히 오른 것이다.
IMF 방식으로 19·48%다.
일본 은행의 「스미따」(징전지) 총재는 달러 당 2백엔 약 수준을 의식하면서 「고수준 엔화 정착」을 외환정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스터·더로」(MIT교수)는 달러 당 1백43엔 이하까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일본의 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인상적이다. 1달러에 2백10엔 정도는 견디겠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는 반발이다.
지난 12일 일본 공업신문의 조사도 그걸 밑받침한다.
일본 수출산업의 대명사격인 자동차의 경우 엔(엔) 고가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10엔만 올라도 도요따 자동차는 약 8백억 엔(한화 약 3천2백억 원), 일산 자동차는 약 6백 억 엔의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전기는 작년에 약 9조 엔의 수출 실적을 올렸으나 10엔의 엔고가 이루어질 경우 연간 3천억 엔이 감수, 감익될 전망이다.
일반 기계의 작년 수출액은 약 2백67억 달러. 수출 비율은 30% 강이다. 그러나 엔 고가에 대한 영향은 3%의 이익 감소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불황이나 VTR의 신장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정체, 감수, 경기 하강 등 어두운 전망 가운데서도 일본 기업들이 다양한 활로를 찾아 부심 하는 것이 눈에 띈다.
반도체가 어렵다면 퍼스컴 등 사무자동화 기기의 호조로 커버하고, 수출 이익이 적으면 현지 판매법인과 배분을 조정한다는 식의 대처다. 제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도 절망감을 보이지 않는다.
2백엔 시대에도 일본 기업은 만만찮은 자신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2백40엔 시대엔 얼마나 수지를 맞췄는지 넉넉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일본 기업들이 품질관리, 기술혁신, 설비투자 등 기업체질 강화에 노력해온 과정이 우리에겐 타산지석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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