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자존심 짓밟은 IS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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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31면

이슬람교가 가장 성스럽게 여기고 전쟁이 금지된 라마단 기간인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끔찍한 자폭테러가 일어났다. 옛소련 지역 출신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일으킨 이 테러로 42명이 숨졌다. 인구의 대다수가 무슬림인 터키는 물론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테러의 잔인한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그런데 나는 이번 사건이 IS 종말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IS는 2013년 집단 사살과 서방 인질 참수 등으로 세계인들에 잔혹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엔 터키나 레바논은 물론,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 중심으로 세계 강대국들이 IS를 제거하려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통제하고 있는 일부 영토를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에 빼앗기고 피해를 봤지만 아직은 건재하다. IS는 여전히 시리아 라카, 이라크 모술을 중심으로 방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IS가 이처럼 아직도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터키 정부가 IS 제거에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터키가 IS와의 전쟁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3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먼저 IS가 싸우고 있는 시리아 정부는 터키의 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쿠르드 문제도 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세력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터키는 쿠르드와 동맹해 싸우는 것을 기피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터키 정부와 IS의 불투명한 관계다. IS가 본격적으로 발호한 2013년만 해도 대부분이 수니파인 터키의 유력 정치인들은 은근히 이 테러단체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늘어놓았다.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IS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아파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이제 터키 정부는 더 이상 IS의 테러 만행을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터키의 자존심이기도 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테러가 일어난 것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공항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터키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터키 정부는 이번 테러 이후 대 IS 공습과 지상작전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IS가 터키에서 대원 모집을 하기 위해 설치한 지부들에 대한 공격에도 나설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IS의 이번 자폭 테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IS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크게 위축될 것이다.


알파고 시나씨터키 지한통신사?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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