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아득한 눈빛으로 깊어지는 수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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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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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보(69~84)=드레스셔츠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스웨와 분방하게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친 탕웨이싱의 대조적인 모습이 기풍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재미있다. 탕웨이싱이 기습을 즐기는 야전군의 습성을 보여준다면 스웨는 상대를 서서히 힘으로 압박해 제압하는 정공법을 좋아한다. 이 대국의 흐름도 그렇다. 스웨가 세력을 펴면 탕웨이싱이 뛰어들어 흩어놓고 스웨는 뛰어든 침투병력을 압박하면서 또 다른 곳에 세력을 쌓는데 탕웨이싱은 그 과정의 빈틈을 찔러 기습을 감행한다.

좌하귀로 씌워온 69를 보는 탕웨이싱의 눈빛이 아득하다. 수읽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뜻. 좌하귀 백의 응수라면 ‘참고도’ 백1 이하 흑14 정도의 진행일까. 애초 흑이 도전해왔을 때 한번 손을 뺀 곳이기 때문에 A, B 어느 곳으로 붙이든 평범한 응수는 수세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단은 밖에서 구해야 한다. 중앙 70부터 80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정교한 수순으로 흑 일단을 차단하고 좌상변 흑의 삶을 강요했다. 이제, 백은 좌상 일대에 끊긴 흑 일단을 노릴 수 있다. 82는 도약을 위한 맹수의 웅크림. 스웨는 아랑곳하지 않고 83으로 압박하며 세력을 구축했는데 좀처럼 착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던 탕웨이싱이 돌연, 중앙 84로 찔러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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