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합작기업 외자에 경영권 많이 뺏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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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등 선진국들 기업과 합작한 회사가운데 경영주도권을 빼앗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애초에 기술제휴관계를 맺었던 회사들도 기술 제휴선이 합작을 밀어붙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미국내투자문호가 확대됨에 따라 자본·경영기술과 경험을 앞새워 우리기업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A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지난7월 그동안 부분적인 기술제휴관계를 맺어오던 영유니레버사 및 미폰즈사와 합작, 합작회사를 차린 A사는 회사설립 한달도 못돼 이들 두자회사의 경영실권을 상대합작회사에 뺏겼다.
합작회사에 6백4O만달러를 투자키로한 영유니레버사는 회사발족 한달이 지나도록 1백여만 달러만을 불입했을 뿐이고 미폰즈사도 출자키로한 98만달러중 일부만을 내놓는데 그쳤다.
돈을 조금씩 댐으로써 갓 출범한 회사를 자금난에 허덕이게 하면서 조금씩 돈을 더대는족족 경영권을 먹어 들어가는 수법이 동원된 것이다.
신약개발을 거의 전적으로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81년 특수원료분야에 1백%까지 외국인투자가 허용되면서 대외합작이 급증, 21개 합작회사가 신설됐는데 그중 10개사가 60%이상의 지분을 외국사에 주고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합작선이 경영권을 마구 휘둘러 파나마화 이자와 중앙제약이 합작한 한국화 이자의 경우「피록지캄」이란 원료를 국제시세보다 몇십배나 비싼 ㎏당 1만2천달러에 합작모기업에서 들여오고 있다.
또 유한양행은 합작하지 않으면 제휴관계를 끊겠다는 미국의 기술제휴선들의 압력에 못 이겨 82년 한해 사이 유한스미스크라인, 유한에스피, 유한사이나미드, 한국얀센등의 4개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계열사로 나미화장품은 갖고 있는 동아제약이 지난 83년 미존슨앤존슨사와 합작, 유아용 화장품을 생산하는 한국존슨앤존슨을 설립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동아측은 당초 미존슨앤존슨사로부터 여성청결제류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존슨앤존슨측이 조건으로 화장품합작을 요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작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 레브론사와 기술제휴, 그 동안 한미 레브론화장품을 생산해온 한미화학도 최근 레브론측으로부터 강력한 합작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티와 원료판매 수익을 거두던 기술제휴 관계에서 다시 기술을 미끼로 합작을 유도, 영업수익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이 외국 다국적 기업의 속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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