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천억원씩 밀려드는 외국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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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국내 증시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 중 상당 규모가 핫머니(초단기 투기자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 규모는 5조5천억원. 국내 경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외국인 매수 규모가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중엔 주가 상승과 함께 원화 환율의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외국 돈이 많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투자자금을 달러로 되바꿔 돌아갈 때 환차익을 얻게 된다. 최근 하루 평균 3천억~4천억원 규모의 외국인투자자금이 밀려오면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1백70원선으로 떨어졌다.

제일은행 유동락 외환증권시장팀 차장은 "장기투자자금 속에 핫머니들도 일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조만간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도 절상될 것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류현정 자금시장팀 과장도 "이달 들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현물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거래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식의 상승을 크게 기대하지 않은 채 환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의 투자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원화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외국인의 순매수 시기와 환율 하락 시기가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핫머니가 일시에 빠져나갈 때 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핫머니는 통상 케이맨제도.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역에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차려놓고 주로 사모(私募)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아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헤지펀드가 핫머니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금이란 시각도 많아=과거 경험으로 볼 때 환율은 연간 10% 이상 오르내리기 힘들지만 주식은 하루 가격제한폭만도 15%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노리는 것은 환차익보다 주가 차익이라는 주장도 많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을 핫머니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주현수 연구원은 "환율이 1천1백원까지 내려가도 환차익은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 이사는 "현재 외국인자금에 핫머니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중장기 투자자금이어서 핫머니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최소한 6개월 이상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글로벌펀드의 동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종목이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기업에 집중되는 것만 보더라도 이들은 경기회복을 겨냥한 선제적 주식 투자자라는 시각이다.

이창형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투자대상이 바뀌는 세계적 추세가 국내에 반영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수 외환은행 외환팀장은 "최근 상황은 증시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와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지 환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증시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시장이 이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병기.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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