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중계 현장감 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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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매체의 특성은 그 영상이 주는 현장감이다. 지난주 TV의 하일 라이트는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인 한국-일본의 축구중계로 많은 시청자들이 휴일 반나절을 TV앞에서 보냈다. 양TV는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 경기 장면을 현장감 있게 잘 보여주었다. 골인 장면 등을 여러 각도에서 비춰준 카메라 연출이 돋보였고, 관중들의 응원 모습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양측 감독들의 표정 등을 잘 잡아줘 TV매체만이 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성의 대잔치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흥분한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우리측에만 이롭게 해설하는 군더더기 진행은 여전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의 대형 스포츠행사를 앞둔 마당에서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축구 중계에 이어 양TV는 합동으로 『한국 축구, 멕시코 월드컵에 서다』라는 대형 축하 쇼를 생방송으로 1시간 10분 동안 냈다. 전국 네트워크를 동원, 인기 연예인들이 총출동하여 축하 쇼를 벌였으나 정작 주인공인 선수들의 표정은 피곤한 기색이 뚜렷했다.
경기가 끝 난지 40분만인 하오 5시 30분부터 선수들을 출연시킨 축하쇼 프로는 애당초 무리한 기획이었다. 꼭 이를 축하하기 위한 프로였다면 좀 더 알찬 기획 프로를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갑자기 마련된 이 쇼를 이끈 양TV의 공동 진행자들은 진행의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서로 마이크쟁탈전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번 기회에 TV측은 국민적인 행사나 기념일에 맞추는 특집 프로를 꼭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대형 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형 호화 쇼보다는 차분하게 그 공과를 조명해 보는 기획 프로를 사전에 준비하여 행사의 의미를 그르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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