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장 파동」이후 정국향방|상위마다 「악재」…전도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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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일 이민우-김영삼-김대중 3자 회담을 마치고 나오던 한 사람이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빨리 나오기위해 빨리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여야가 악수 한 번 없이 다시 국회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국회간부들도 『정상화가 된다지만 순조롭게 진행될까』고 한결같이 불안감을 보였다.
국회부의장선거 파동으로 공전해온 국회상위는 5일부터 정상화될 예정이지만 상위운영의 전도는 험난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악재가 여러가지로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들어서만 하더라도 박섭종·조인형의원 사건으로 여야대립이 있은데다 본회의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여야간 감정악화는 크게 증폭되었다. 여기에 부의장 파동까지 터져 사태는 더욱 고조된 것이다.
야당이 어렵게 마련된 양당대표회담을 굳이 외면하고 독자등원키로 한 것도 사태를 완화시킬 한 기회를 무산시킨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복잡한 것은 김대중씨 등 장외가 관련된 점이다. 부의장선출 이변자체가 여당의 반김 감정에서 연유된 것은 말할나위없는 일이거니와 여야 대표회담유산도 두 김씨 작용에 의한 것이란 점에서 여당은 사태를 더 불쾌하게 보고있는 것이다.
민정당측에서는 위약을 저지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니 국회를 재가동시키기에 앞서 대표회담이라도 열어 분위기를 다소나마 완화시키는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다행히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먼저 이재섭 국회의장에게 회담주선울 요청, 은근히 기대를 걸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이총재가 「위약」을 했다고해서 노태우 대표위원등 여 당측 역시 감정이 좋지 않다.
때마침 서울대의 대규모 학원시위가 있는 등 외부 분위기마저 덜 좋아 여당측은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
상위기간중 다시 대표회담 등의 대화모색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여야간 완만히 풀어갈만한 호재도 별로 없는 상태다.
그러나 긴장고조의 최대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야당 개헌특위안의 논란이 드디어 박두했다는 점이다.
12대 총선이후의 모든 여야논란은 실제로 이번 상임위기간중 논의가 붙가피하게 된 개헌특위 정방을 향해 진행돼 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민당은 독자등원을 칠정하면서 당초 이달 중순 예결위기간중 제기하려던 개헌특위심의를 바로 상위기간중에 앞당겨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전면에 내세웠다.
야권 3자회담이 「나오기위해 들어간다」고 한 것은 결국 야당 전력을 바로 이 개헌특위안 하는 결전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신민당으로서는 개헌특위 구성이 정기국회의 토대목표이기도 하지만 이번 부의장선츨파동을 빛은 평양정치의 문제점과 징계문제를 둘러싼 논란등의 당내 치부 더이상 노출시키지 않기위해서도 개헌논의의 목청울 돋우지 않을 수가 없다.
국회는 부의장선츨파동이 없었다면 10월29일부터 11월12일까지 상임위를 열고 14일부터 예결위활동에 들어가게 돼있었다.
민정당은 2일 열린 국회상임위원장-시·도지부장 연석회의에서 부의장파동으로 1주일이상 까먹었지만 금주 중반까지만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본래 일정대로 나가기로 곁정했다.
의사일정뿐 아니라 모든 원내문제에 있어서도 민정당 방침엔 변동이 없다.
이미 누차 표명했듯이 개헌논의는 가급적 억제하되 논의가 불가피하면 「호헌논리」로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이다.
야당이 개헌문제를 예산처리와 등원문제에 연계시킬경우 예산안 단독통과도 불사한다는 방침도 여전한 것 같다.
다만 문제의 개헌특위 구성결의안은 부결시킬 경우 야당을 장외로 내몰 구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운영위계류를 제1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운영위에는 개헌특위안의에도 광주사태 진상조사특위구성안, 고문행위 진상조사특위구성안, 학원문제조사특위 구성안등이 걸려 있다.
민정당은 이 중 개헌특위안을 맨 마지막으로 돌리자는 속셈이다.
신민당은 기본적으로 예산안 심의에도 더이상 배려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차피 예산안은 여당 단독처리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전만해도국민들을 의식,예산안예비심사까지는 모양을 갖춘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한 한 개헌논의를 앞당기고 본회의 대정부건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상위의 초점읕 개헌에 맞춘다는 작전이다.
2일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민정당이 개헌특위안을 부결처리하면 곧 민추협등 재야단체와 연계해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을 택할지 모른다』고 밝혀 운영위가 순조롭지 못하면 국회가 다시 난항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민정당의 한 고위간부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예결위 구성을 전후해 사건이 터질것으로 점치고 있다. 야당이 그 때 쯤 가서 예결위구성 불응읕 배수진으로 삼아 개헌문제의 마지막 흥정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현재로서 이 문제에 관한 여야협상의 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정당으로서는 88년에 이르는 여러 고비중 이번 정기국회를 그 하나의 고비로 보고 특히 개헌문제에 관해서는 최소한 금년중에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당측이 한가닥 기대를 거는 것은 주·비주류의 진통을 겪는 야당이 판을 깨는 사태까지 불사하면서 개헌논의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당 나름대로의 판단」이다.
개헌특위외에도 학원·언론·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무역마찰·세감법등 상위마다 난제는 많다.
여야가 새로운 대화의 바탕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이런 문제들의 논란 과정에서 다시 대립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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