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율40% 너무 높다|고교현실 외면한 단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학입시제도가 또 바뀌었다. 15∼16개에 이르던 고사과목을 9개로 축소하고 그대신 내신반영률을 최고 4O%로 늘리는 것등이 그 골자다.
고교과정의 전과목고사에서 오는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적성에 따라 깊이있는 공부를 할수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대입과목 축소는 아주 잘한 일이다.
그러나 예체능계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준비해야할 과목은 12개나 되어 이번 작업이 아직도 미흡하다.
간단히 과목조정이라고 하지만 고교교육과정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물론 당장 제외과목교사의 사기문제도 그렇고 교과서 및 참고서업계와의 관계도 무시하기 어렵다.
과목축소가 당초의 건의에 훨씬 못미치고만 사정이야 어떻든, 그때문에 과목조정문제를 해마다 손대야 한다면 예사일은 아닐 것이다.
더우기 내신성적 반영률을 4O%로 늘리기로 한것은 제도변경에서 오는 리스크를 피하는데만 급급한 발상이다.
대입과목이 줄면 거기서 제외된 학과 공부가 소홀해지고 따라서 그 과목의 교사들이 찬밥신세를 면키 어렵게 된다. 뿐더러 도구과목에의 치중이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저해요인이 되는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때문에 내신반영률을 높여 어느 한과목도 소홀히 하지못하도록 한다면 과목축소의 진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대입과목을 더 줄이면 거기에 반비례해서 내신반영률을 높여야하는데 그결과 대학생의 선발기능이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에 귀속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내신제가 안고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새삼 거론하기조차 쑥스러울 지경이다.
평준화시책이 실패하고 지역차·학생차가 엄연히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내신반영률만 무턱대고 높이는 것은 눈가리고 아옹하는 시책이다.
대학의 문이 좁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단1점은 천양의 차와 같은 의미를 지니게된다. 그 때문에 학교주변에 치맛바람이 되살아나고 있다는것은 누구나 안다.
내신제가 안고 있는 이런 부작용읕 막으려면 반영률을 30%이하로 줄이거나 아예 출석내신제를 도입해야한다. 전 과목에 걸쳐 학생들이 출석을 하고 열심히 들었는가만을 체크, 성적에 반영하면 교사의 편파적 평가나 치맛바람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내신제가 갖는 몇가지 장점마저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이번에 필수과목으로 추가된 국민윤리의 경우, 만약 그 평가가 꼭 필요하다면 내신을 통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윤리적심성이나 태도가 대학에서의 수학능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는 차치하고 단한번의 4지선다형필기고사로 그걸 평가한다는 것은 도시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국민윤리를 교육적으로 강조하려는 의도야 알것도 같지만 자발적인 실천이 아니고 강요된 암기로 부담을 준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그동안 대입과목축소를 주장해 온 것은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경감시켜 주자는 뜻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미래의 고도정보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교육개혁작업이 결국 21세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볼때 대입을 비롯해서 교육제도에대한 수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 일련의 작업이 일시적인 방편이나 모호한 조정에 그치지말고 확고한 원칙에따라 추진되어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조령모개식 제도변경이 빚는 혼란을 막고 모든 학생들이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미래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