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누릴 문화 가꾸자"|「85문화의 달」결산과 반성…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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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월「문화의 달」행사가 30일 문화대회의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광복40주년을 마디로 한 문화현상의 광범한 조명과 국민문화 역량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실천의지가 강력히 표명된 게 올해 문화의 달 행사의 특징이다.
문화예술계가 예년에 없던 심포지엄·토론회·문화회의 등을 통해 밝힌 시급한 문화정책 풍토의 개선책으로는 문화공보부의 문화부·공보부 분리와 모든 문화발전의 이념 정립이「인간다운 삶의 실현」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당국이 거듭 강조한 새로운 문화개발의 역점은 산업문화운동.
문공부는 모든 제품의 문화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민모두가 인간다운 문화적 삶의 실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산업문화를 적극 발전시켜 물질적 부와 정신적 풍요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화예술을 생활의 현장에서 분리시킨 채 단순한 심미적 감상이나 향락의 수단으로 향유 하지 않고 생활과 함께하는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산업문화운동의 핵심이다.
선인들이 고려청자·이조백자를 생활용품으로 개발해 사용했던 예나 선진각국이 디자인·색상 등의 산업미술을 발전시켜 상품의 문화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예가 바로 산업문화의 구체적 표상으로 제시됐다.
문화예술계 인사 70여명이 참여한 예술 심포지엄(28, 29일·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는 문화예술의 창조자와 수요자를 연결시키는 거간역의「문화촉매요원」양성과 삶의 내용을 충실하게 해줄 정신적, 도덕적, 윤리적 측면의 발전을 강조하는 가늠자로의「문화지표」설정 등이 당면 문화정책 과제로 제기됐다. 「오늘의 문화상황 진단」에서 지적된 문제는 ▲문화의 상업주의오염 ▲중앙집중화 현상 ▲문화교육의 등한 ▲문화의 다원화추구 결여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성문화에 도전하는 새로운「전위예술」의 수용문제가 폭넓게 논의됐다.
최근 불온시(?) 당하고 있는 민중예술의 경우 모험적인 실험정신은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중예술 이데올로기 지향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한 경향이나 목적지향의 소재주도 일변도를 벗어나 예술의 본질인「미학」을 수용해야 한다는 게 기성문화 측의 충고였다.
심각한 문제점의 하나로 거듭 지적된 문화와 교육의 관계는 실익위주의 각급 학교 교육과정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기본 잠재력을 키울「인문교육」위주로 전환돼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국민의식의 심층에 깔려있는 잠재적인 문화역량에 좌우된다.
따라서 심층의 잠재능력을 이루는 전통문화에 대한 광범한 조명과 자립성의 추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문화예술인들의 역사현실 인식이 실존적 삶과「유리현상」을 보여 왔던 점도 반성됐다.
문학행정풍토의 개선책으로는「지원은 최대, 간섭은 최소」의 정책시행, 장기적 안목의 정책수립, 문예진흥원의 기능확대 및 완전 민간주도 운영 등이 심포지엄과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특히 언론자유는 문화발전의 기초라는데 의견이 일치했고 공정한 분배와 균형된 발전없이 문화의 민주화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됐다.
문화의 국제교류는 하위문화보다는 상위문화의 교류가 우선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문화의 달」은 광부 40년의 우리 문화현실을 냉철히 반성하면서 미래를 설계해 보았고 정부의 문화발전에 대한 실천의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뜻 깊은 기록들을 남겼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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