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실내…단열 시공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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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엄청난 외채 부담을 줄이려면 한해 56억달러나 되는 석유 수입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11월을 에너지절약의 달로 정하는 등 소비 절약 운동에 나섰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례는 없는지. 구호만 요란한 절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 에너지 절약의 허실을 알아본다. 우선 우리나라 일반 주택이 단열재를 얼마나 사용했느냐 하는 단열 실시율이 선진 외국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기존 주택의 단열실시율은 덴마크가 1백%에 가깝고 일본 북해도가 90%, 캐나다가 70%(87년 목표)인데 비해 83년 3월 건축법 시행 규칙 25조 개정(건축물의 열 손실 방지를 위한 조치)이전에 지은 우리나라의 기존 주택은 12%(84년)에 불과하다.
83년 3월 이후 신축된 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을 보면 단열 실시율은 신축 주택이 13%, 기존 주택이 12%로 모두 25%밖에 안 돼 역시 선진 외국보다 떨어진다.
단열 두께 기준도 우리나라가 지붕·외벽·바닥이 모두 50mm 이상이고 창문은 2중으로 하도록 돼 있으나 서독은 50∼80mm 이상, 프랑스는 40∼1백mm 이상이며 창문은 모두 3중으로 하도록 돼 있어 우리보다 규정이 엄격하다.
또 프랑스의 경우 난방기기에 자동 온도 조절 장치를 의무화하고 서독은 중앙 난방 장치에, 핀란드는 신축 대형 건물에 온도 및 에너지 사용 자동 제어 장치를 의무화, 실내 온도를 섭씨 19∼20도 이하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
주택 건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2조에는 중앙집중식 난방의 공동 주택을 건설할 경우 열량 측정기 또는 난방 온도 조절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했으나 열량계는 전국 10개소 이하의 아파트에만, 온도 자동 조절 밸브는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설치돼 있다.
현재 아파트의 난방비 부과 방법은 난방을 위해 사용한 총에너지 비용을 가구당 면적에 따라 균등하게 나눠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사용의 다과·실내가 춥거나 더운 것에 상관없이 같은 난방비를 물고 있다. 난방은 추운 가구인 1∼3층을 기준으로 하므로 난방이 잘 되는 층의 일부 가구는 실내가 지나치게 더우면서도 똑같은 난방비를 내고 혼자만 절약하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창문을 열어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사례도 있다.
에너지 관리 공단 조사에 따르면 단열 시공을 하고 열량계와 자동 온도 조절 밸브를 동시에 부착한 서울 방배동 S아파트의 월별 평당 난방비(지난 1월 기준)는 1천 5백 48원인데 비해 단열 시공 의무화 이후에 지었지만 열량계가 없는 서울 대치동 M아파트는 1천 8백 37원, 단열 시공 의무화 이전이지만 단열재로 지은 대치동 아파트는 1천 9백 83원, 단열 시공을 하지 않은 서울 여의도 C아파트는 한달에 2천 5백 98원이었다.
일반 사무용 건물에 비해 단위 에너지 사용량이 훨씬 많은 호텔·병원 등은 특히 과학적인 에너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에너지 낭비를 하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대 병원의 경우 컴퓨터에 의한 실온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 병실·수술실·사무실 등 용도별로 실내 온도를 관리한다.
호텔은 투숙객이 있는 방과 빈방을 구분, 온도를 조절하는 게 좋다.
롯데호텔은 가변풍량 제어장치로 객실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고 조선호텔은 열병합 디젤 발전기를 설치, 열에너지와 전기에 함께 사용한다.
일반 사무실 건물로는 삼성 본관 건물이 중앙 자동 제어장치로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역시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목욕탕의 경우 폐수열교환기를 설치, 하수도로 배출되는 폐수의 열을 이용하면 보일러 공급수의 열을 상승시킬 수 있고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가스는 보통 섭씨 2백 50도 이상 되지만 이 열을 이용하는 업소는 많지 않다.
에너지 관리 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5천 1백 35개소 목욕탕 중 폐수열회수장치를 한 업소는 1천 7백 98개소(35%)에 불과하다.
에너지는 어느 한곳에서 대량으로 절약하기 힘든 특징이 있다. 기업·가정·운송 등 모든 곳에서 조금씩 절약해도 결과가 모이면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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