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대미 로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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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산 앨범에 대한 미국의 터무니없는 고율덤굉판정은 또다시 국내에 큰 충격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컬러TV덤핑 파문으로 국내경제에 크나큰 충격을 주었던 일이 새삼스러운데 다시금 미국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림으로써 기회있을 때마다 자유무역신장을 노래하는 그들의 수사가 허구에 찬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빚어낸다.
이번의 앨범판정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상품 또는 산업에 대한 규제보다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첫째는 덤핑율 판정의 부당성이다. 올해초 미국내회사의 제소로 시작된 앨범덤핑문제는 3월 미 무역위의 피해판정에 이어 7월에는 상무성으로부터 4. 04%의 덤핑예비판정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석달안에 이 판정은 16배가 넘는 64. 8%로 늘어난 반면 우리보다 높은 예비판정의 홍콩은 3. 6%로 오히려 줄어든 점이다.
홍콩에 비해 대미수출가격이 높은 우리앨범이 어떤 근거로 이런 엄청난 덤핑을 했다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전혀 납득할 길이 없다. 예비판정 4%와 최종판정 64. 8%의 차이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도 없는 격차일 뿐만 아니라 미측은 성의있는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다. 이 엄청난 격차에 대해 미국측은 단지 우리측의 제출자료가 부실해서 인정할 수 없었다고만 밝혔다.
우리는 장기간 물자를 교류해온 거래선을 이처럼 불성실하게, 일방적으로 불신할 수 있는지를 납득하지 못한다. 국내업자들이 제시한 자료가 부실했다면 재조사나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길이 얼마든지 있을 터이고 그런 최소한의 성의마저 없다면 다른나라 앨뱀 수출가와 비교하는 길도 있을 것이다.
자료부실을 이유로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더우기 같은 행정부의 예비조사자료도 불신한채 터무니없는 덤핑판정을 내린 것은 지나친 횡포와 불공정이 아닐 수 없으며 거래상대에 대한 정당한 예우가 아니다. 아무리 경제구조가 다르더라도 비슷한 수출가격의 품목이 한쪽은 3%, 한쪽은 64%가 넘게 덤핑했다는 논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고작해야 연간 3천6백만달러정도 수입해가는 한국산 앨범이 그들 경제에 어떤 피해를 주었고 그 수입을 막아 어떤 이득을 거둘 것인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더우기 국내의 앨범산업이 영세한 소기업들인점을 고려할때 덤핑을 하고싶어도 낮은 수 익 마진율 때문에 절대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할때 64. 8%의 앨범덤핑 판정은 전적으로 부당하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정이다. 미측의 보다 성실하고 성의 있는 재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반면 이같은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한데 대해 국내의 유관협회와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한다. 영세한 30여개의 국내생산자들이 제대로 된 조사자료를 만들고 대외교섭 할 능력이 없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방치한 것은 크나큰 실책이다. 유관기관들의 보다 성의 있는 도움이 있어야할 것이다.
업계 또한 일구력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타분야업계의 대미 로비방식도 스스로 터득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하다. 수출을 외면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바엔 업계자체의 대비책도 있어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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