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조형전 여는 정경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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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섬유예술가 정경연씨(홍익대 미술대학 교수)가 1만 개가 넘는 「장갑」 작품으로 서울 갤러리(프레스센터)에서 「섬유조형전」(23∼11월 3일)을 연다.
정씨는 홍익대 미술대학 2년을 수료하고 도미, 매사추세츠칼리지 오브 아트와 로드아일랜드 스쿨 졸업, 25세 때 대학 강단에 섰다.
이번에 내놓는 작품들은 섬유가 갖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염색도 하고 꿰매기도 하고 짜기도 해서 종합적으로 재구성, 새로운 조형성을 드러내고 있다.
「틀로부터의 해방」(이 일 교수 평), 섬유라는 재료로도 무슨 작업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입체적이고 부조적인 작업을 했다.
『미국 유학 중에 어머님이 작업할 때 끼고 하라고 보내준 면 장갑을 보고 어머니의「기도하는 손」을 연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정씨가 「장갑」에 착안한 것은 70년대 중반. 지도교수도 『「장갑」이 작품성이 좋다』고 부추겨 「손의 환상」을 만드는 작업에 10년을 매달렸다.
정씨의 「장갑」작업은 한 작품에 6개월이나 소요되는 땀의 작업이다. 디자인해서 길이를 정해「장갑」을 짜고, 짠 「장갑」을 정련 표백해서 염색한다. 염색한 「장갑」은 찜통에 쪄서 다린다.
『손가락이 작은 「장갑」에는 솜을 넣고, 긴 「장갑」에는 호스를 넣지요. 호스 1개를 넣는 데만 50분이 걸립니다.』
이번 「섬유 조형전」에 내놓는 작품 중에는 「장갑」이 7천 개나 매달린 대작도 1점 있다.
미술평론가 이일씨는 『그림으로서도 충분히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오브제작품이지만 형태상으로는 반조이자 부드러운 조각』이라고 평한다.
정씨는 16, 17, 18회(81∼83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상 등 연3회 수상으로 추천작가가 되었다.

<이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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