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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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대통령 직속의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9월 7일자 「레이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보험시장에 대해 「불공정 관행」 여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USTR는 당초 10월 12일까지로 조사시한을 정했다가 18일까지로 시한을 연장, 미국 보험업계로부터 의견서를 접수했는데 접수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건」 대통령이 꼬집어 한국 보험개방 문제에 관해 공개 발언한 것을 감안할 때 미 보험업계가 구체적인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한국 측은 현재 장승태 생보협 회장과 조홍 손보협 회장을 미국에 파견, 미 보험업계 사람들을 접촉케 하는 한편 USTR에 반박 의견서 접수 마감일인 21일 한국 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서 한국 측은 생명보험 시장을 전면 개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무리이며 단계적으로 열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손해보험 분야에서 아직 남아 있는 화재보험 풀(7대도시 4층 이상 건물 상대의무보험)에 미국 회사를 참여시킬 것과 생명보험 시장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USTR는 11월중에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 현지조사를 실시할 예정.
조사결과 불공정 판정이 내려지면 보복조치를 취하겠지만 거기까지 이끌고 가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필요한 것은 다 얻어내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보험업계가 마련할 보고서를 토대로 보험시장 개방 스케줄과 방법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외국에 개방하기 전에 국내개방(보험회사 신설 허용)하는 방법 ▲국내 보험회사와의 제한적인 합작투자 허용 ▲외국 보험회사의 지점 설치 허용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생보 쪽은 없고 손보 쪽에만 AHA 및 CIGNA 등 미국계 보험회사가 진출, 영업을 하고 있으며 시장점유 율은 1·2%(작년도 수입 보험료 97억 원)다.
합작으로 미국의 콘티넨탈 사(제일화재와 합작) 영국의 로열(동양) 그리고 일본 도오꾜 머린(고려) 등 3개 사가 각각 15∼20%씩 지분으로 참여, 진출해 있다.
외국은행에 대해 정부는 지난 2년 사이 국내영업 영역을 과감할 정도로 넓혀 주어왔다.
작년에 은행협회 및 어음교환소에 가입시켜주는 한편 자본금의 인정범위도 늘려주었다.
금년들어서는 지난 3월 한은으로부터 수출금융 재할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7월부터는 신탁업무도 허용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내 외국은행에 대해 상업어음의 전면적인 재할을 허용하겠다는 일정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미국 측의 불평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양도성 정기예금증서 (CD)의 발행 및 점포증설의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CD발행 허용을 고집하는 것은 국내영업을 위한 원화 자금 조성에 좋은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점포증설은「불가」이며 CD발행 허용은 현재로선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
정부는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대출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 의무비율도 25%(국내은행은 35%)에 불과한 점 등 우대 받고 있는 사례를 지적, 외국은행에 대한 규제완화에 맞추어 우대조치도 철폐해 나갈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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