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력|"굴복않으면 보복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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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은 집중포화 바로 그것이다.
83년 11월「레이건」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32개 상품의 개방요구 보따리를 풀어놓은 이래 미국의 요구분야와 품목은 계속 늘어 지금은 컴퓨터·담배·포도주·오렌지 등 상품 외에 투자 서비스 분야에서 금융·보험·증권·광고·영화·공인회계사 등의 자유로운 진출과 저작권·물질특허·소프트웨어 등 지적소유권의 보호 등 1백여 개 항목의 개방을 독촉하고 있다.
특히 상품시장에 대한 대응태세가 미처 마련되기도 전에 투자·서비스산업·지적 소유권 문제를 숨돌릴 어유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는 수출 주도로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자타가 공인하는 신흥공업국으로 행세하게 된 만큼 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 측이 한발 앞서 속도를 더 내라고 회초리로 후려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당혹하는 것은 미국이 이 같은 우리의 계획을 외면하고 당장 굴복이 아니면 보복이라는 강압적 태도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대외시장 개방계획안이라는 시간표를 만들어 김기환 해외협력위 기획단장이 이것을 들고 미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개방시간표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서비스는 물론, 저작권·물질특허에 대한 개방 스케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우리의 계획을 전혀 평가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김 단장의 방미직후에「레이건」대통령이 직접 저작권·물질특허에 대한 개방요구를 공표 함으로써 우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미국 측에서 성화를 대고 있는 개방압력분야에 대해 우리측 사정은 어떤가 다시 점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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