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횡행하는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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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들어 대낮 떼강도들이 곳곳에 출몰하고있는 가운데 22일에 서울 구로구 독산동에 4인조강도가 나타나 주택가에서 활개를 쳤다.
범인일당 중 1명은 잡혔지만 강도를 추격하던 방범대원과 학생 등 4명이 부상했다.
얼마 전에는 중소기업은행 서울 창신동 지점에 소총강도가 들어 간담을 서늘케 했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4인조 연쇄강도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러한 굵직한 강도사건 말고도 신문지상에 보도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사건은 수없이 빈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같은 강도들의 횡행은 가뜩이나 불안한 시민들의 마음을 죄게 하고 있으며 주택가 주민들은 대낮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의 강도들은 귀중품을 빼앗고도 흉기를 함부로 휘둘러 인명살상을 예사로 자행하고 있어 불안의 도는 한층 크다.
범죄도 사회· 경제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범죄가 잔인해지고 대담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떼강도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의 증가와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22일의 4인조 강도 역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했다가 범행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곳곳에 실업사태가 일어나고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해있고 사회불아나이 가중될수록 범죄는 이에 비례해 다발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치안당국도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하지 평상시와 똑같은 근무태세를 유지해서는 안될 것이며 정부도 범죄예방의 접근방식을 경기회복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찰은 기회있을때마다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경찰의 경비가 삼엄할 때면 범죄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듯 하다가도 비상근무령이 해제되기가 무섭게 다시 고개를 드는 현상을 수없이 경험한바 있다.
이처럼 비상근무령은 범죄예방과 검거의 미봉책일 뿐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범죄근절을 위해 경찰인력을 보다 많이 일선으로 배치시키고 자율방법체제를 확대시키는 등 정책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 용역경비를 확충, 경찰의 인력부족으로 빚어지는 치안공백을 메우고 방범산업도 육성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방범산업만 하더라도 선진 여러 나라에서 개발한 방범기기와 장비 등이 수없이 많은데 이를 국내에서 생산, 대량 보급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끝으로 이번 독산동사건에서 보듯이 강도를 쫓는 틈바구니에서 서민들이 횡액을 당했다.
3명은 강도가 달아나다, 나머지 1명은 추격하던 택시에 의해 중경상을 입은 것이다.
빈털터리인 강도에게 피해보상을 기대하기도 힘든 딱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러한 경우 근원적인 책임이 크게 보아 강도를 예방치 못한 국내의 책임으로 보고 피해를 복구해주고 있다.
우리도 「범죄피해자보상법」을 하루발리 제정, 억울한 시민의 피해보상을 보강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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