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넘어간 「88TV중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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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스포츠전문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10윌14일자)는 지난 4일 뉴욕에서 있었던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SLOOC)와 미국NBC와의 TV중계권협상 과정의 뒷얘기를 전하면서 최저3억달러로 낙착된 중계료권료가 「파이어 세일 프라이즈」(타다 남은 물건을 싸게파는 가격)라고 표현하고 광고료 수익배분이란 서울측 대표들의 「체면유지용」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보도내용을 옮긴것이다. <편집자주>
지난4일 하오4시49분. 88서울올림픽 중계료로 NBC-TV가 제시한 최저3억, 최고5억달러(광고수익 연동제)의 입찰가격에 대한 회답마감을 정확히 1분앞둔 시각이다.
「아더·워트슨」 NBC 스포츠담당 사장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IOC측의 협상대표인 「리처드·파운드」로 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하루종일 가슴을 죄던 「워트슨」사장은『아더, 88올림픽에서 같이 일하게됐소』라는 기쁜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NBC는 이렇게해서 드디어 「3억달러 보장, 2억달러 이하로 광고수익 추가배분」이라는 싸구려 가격(파이어 세일)으로 TV방영권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NBC는 자칫하면 중계권을 따내지 못할뻔 했었다. 서울측 대표들은 마감시간 몇분전까지도 CBS와 계약을 맺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워트슨」사장은 협상이 벌어지던 호텔을 청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녔으며 서울축 대표들은 이것을 이번 협상의 중요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적인 것으로 보고있었다.
4일하오 서울측을 대표한 중개인 「배리·프랭크」씨가 CBS의 「닐·필슨」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3억1천만달러를 보장하고 NBC의 제의와 비슷한 수준으로 광고수익 배분을 약속하면 중계권을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필슨」부사장은 다른 중역들과 의논끝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광고수익에 따른 배분」이란 것은 장차 협상에 무서운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몇분뒤 「프랭크」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3억2천5백만 달러를 보장한다면 광고수익 추가배분문제는 차후에 거론해도 좋으니 중계권을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필슨」부사장은 『내일 정오까지 회담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대답했다.
시간은 촉박했고 결국 서울측 대표들은 NBC를 택하고 말았다.
이번 올림픽 중계권료 협상에 「청바지」가 한 몫을 담당했다면 다른 몇가지 사항도 교훈으로 지적될 수 있다. 예를들어 NBC의 「광고료 수익배분」이란 것은 전적으로 서울측 대표들의 「체면유지용」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측 대표들은 고국에 돌아가 천신만고끝에 5억달러로 잡혔던 최저허용선을 지킬수 있었노라고 얘기할 명분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수익배분」은 5억5천만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NBC의 제반 경비를 다 메운 후라야만 지불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NBC는 서울올림픽에서 수익은커녕 수지균형만 맞춰도 성공이라는 얘기다.
4일밤 이영호 체육부 장관은 NBC 「워트슨」사장의 옷깃에 올림픽 휘장을 달아주었다.
배석했던 「파운드」IOC대표가 『이로써 당신은 계약을 맺은 것이요』라고 말하자 「워트슨」사장은 『나로서야 계약을 맺은것 이상이지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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