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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정말 걱정이 많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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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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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석
화성시장

서울에서 30여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동탄 신도시는 한국의 어느 신도시 못지않게 자족해보인다. 그렇지만 이곳은 넓은 화성시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오래된 옛 시가지 지역은 슬럼화돼 도시 치안이 부재한 지역이 적지 않고, 난개발된 서부 지역은 각종 오·폐수 정화시설이 미비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화성시의 도시기반시설 구축률은 64%에 지나지 않는다.

6년 전 화성시는 디폴트를 선언하기 직전이었다. 지금의 재정자립도 61.5%는 지난 6년간 화성시민들이 응당 누려야할 행정·복지 서비스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부채탕감에만 전력한 희생의 대가다.

그러나 지금 화성시에는 다시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4월 말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지방재정제도 개편안 때문이다. 그대로 시행된다면 화성시는 매년 2700억원의 세수를 잃게 되어 당장 내년부터 다시 재정파탄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개편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개편안은 날로 열악해지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확충해 주자는 의도가 전혀 없다. 결국 이 개편안은 세수가 약간 늘어날 수 있는 비수도권의 일부 지방정부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뺏고 빼앗기기’ 정책이다.

현재 우리 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나 부족한 지방재정을 보충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정부안은 무책임하다. 지방정부 재정제도 개편을 위해 10년 이상 갈등을 조정하고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던 독일이나 스위스 등 선진국가들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재원으로서의 지방세가 국세 대비 20%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편안은 지방세마저도 상당 부분을 다시 공동세라는 이름으로 광역자치단체의 몫으로 가져가려 한다. 이런 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셋째, 화성시는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수년에 걸쳐 ‘2025 화성시 장기발전계획’과 ‘서해안 개발 프로젝트안’를 완성했고, 지난해부터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사업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발전계획은 예측되는 수입과 재정여력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면 이는 낭패다.

지방정부의 특성화된 사업이 중앙정부와 유리될 수 없다. 정화되지 못한 산업폐기물과 오·폐수는 결국 서해안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어족을 말살시킨다. 화성시 관내의 1만여 개 기업과 20만 명의 기업근로자들의 정주 여건이 미흡하다면 중앙정부의 수도권 도시인구정책은 타격을 받는다.

지역특성에 기반한 나름의 발전모델을 스스로 구축해가고 있는 와중에 이번 개편안이 준 충격은 너무나도 크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가로막는 것과 같다. 화성시는 지금 너무 걱정이 많다.

채 인 석
화성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