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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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네스코 23차총회가 불가리아의수도 소피아에서 지난 8일 개막됐다.
미국이 탈퇴한 유네스코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중요한 과제처리가 주목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주제도 서방측이 요구하고 있는 운영개선 방향과 국가의 언론통제를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질서 문제다.
「아마두·엠보」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미국의 탈퇴에 따라 수입의 25% 감소, 예산 절감, 그리고 86년중 직원 5백70명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그건 미국의 탈퇴가 얼마나 큰 문제인가를 실감케 한다.
84년도 각국의 유네스코 예산 분담률을 보면 미국이 25%인 4천3백만달러로 단연 1위였다. 다음은 소련 10.41%, 일본 10.19%, 서독 8.44%, 프랑스 6.43%였다. 그 다음은 영국 4.61, 이탈리아 3.69, 캐나다 3.04, 스페인 1.91, 네덜란드 1.76%의 순이었다.
0.01%인 1만7천달러를 납부하는 미니국가군은 1백58개 회원국 중에서 77개국이나 된다.
미국이 회비의 4분의 1을 떠맡으면서도 0.01%의 분담금만 지불하는 작은 나라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녀야 했으니 불만도 컸을 것이다. 유네스코는 1국1표로 움직여 왔다.
미국의 불만은 주로 「유네스코의 정치화」에 있었다.
『교육·과학·문화를 통해 각국 민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에 공헌한다』는 헌장의 취지가 매몰된 데 있었다.
언론을 정부 관리 아래 둔 「신세계정보질서」경향과 소련의 주장에 따라 군축선전이나 민족해방으로 확대하는 움직임, 불명료한 예산 집행, 직원의 연고채용 등도 문제였다.
『유네스코의 예산이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되는 것은 20%뿐이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소비되고 있다』고 미국의 주유네스코대사가 말한 바도 있다.
실제 유네스코 직원 3천3백80명 중 현지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4백34명에 불과하고, 연간 통역비만도 1천만달러나 된다는 게 「낭비」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대국 미국이 그같은 불만으로 유네스코 사업자체를 포기한데 대한 비난이 없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이미 1946년 유네스코 발족 당시 『유네스코는 아무래도 정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도 있다.
문제는 미국이 없는 유네스코가 과연 존립할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총회의 향방은 바로 그 점을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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