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모교출신교수 우선|타교출신 발붙이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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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교수집단이 대부분 동창·선후배관계로 결성돼 교수사회에 각기 다른 학설의 학문적 토론이나 발전을 위한 경쟁풍토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 대부분의 대학이 자체대학출신자 우선으로 교수를 임용, 높은 수준의 실력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타교출신자는 임용을 기피하고있어 교육배경이 다른학자간의 학문적 교류나 경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8일 김용숙교수 (서울교대) 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장충식)의 「85년전국대학교원명부」에 수록된 1만8천7백42명의 대학교원의 학벌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서울대의 경우 서울대출신이 전체교수의 90·8%(1천91명) 에 이르고 있고, 조선대는 모교출신이 82·2%, 연대· 가톨릭대가 각 69%다.<표>
일부대학에서는 형식적으로 공개채용공고를 내지만 타대학출신자는 물론이고 모교출신이라도 해당학과교수중 어느 한 사람보다 나이가 많거나 선배에 해당하면 학과차원의 심사에서 제외되고있다. 3년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학계에서 인정받는 교수가 서울대의 공채에 응모했으나 같이 어울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이밖에 역사가 짧은 대학이나 학과에서는 특정대학출신자가 학과장등의 보직을 맡고나면 자신의 출신대학졸업자중에서만 신규교수를 채용, 학벌중시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 학과수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두고 K대 L총장은 『실력있는 우수교수를 채용하고 싶어도 당해학과 교수들이 제자나 후배만을 선호하고 있으며 총장이 추천해도 항상전형결과를 보면 탈락되고있다』 며 『학문적 수준이 높은다른 대학출신자와 같이 어울려 서로의 이론을 검증·발전시겨야 함에도 총장은 채용에 권한행사를 할수 없을만큼 폐쇄적 학벌사회를 형성하고있다』고 개탄했다.
이에따라 서울대의 경우 전체1백5개학과의 90%가 서울대출신교수로 구성돼있고, 조선대는 50개학과중 23개학과, 그리고 니재는 5개, 경북대는 3개학과가 모교츨신만으로 교수진이 구성돼있다.
김교수는『하버드대의 경우 각기 다른 학설의 토론과정을 통한 끊임없는 학문발전분위기조성을 위해 모교출신교수가 전체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 현재 40%정도에 있다』며 『우리대학교수집단의 이와같은 동계번식」 내지 「혈족혼」현상은 우리사회의 온정주의와 학벌주의에 기인된 것으로 교수사회를 침체시키고 학문의 비판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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