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과 대학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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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의 대학들이 내년쯤 졸업 예정자들 취업알선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학졸업정원제실시이후 갑자기 늘어난 대학정원으로 졸업생은 쏟아져 나오는데다 올해는 불황과 고용감축바람이 겹쳐 취업난이 가중되는 때문이다.
그간 대졸자의 취업률은 83년 49.8%이던 것이 84년 48.3%, 85년 40.9%로 계속 떨어지고있는데다 86년엔 34%로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기도 한다.
이것은 국가경제운용의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사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급인력수급체계상의 문제로볼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대학정원이 자연계보다 인문계가 우위용 점한다는 불합리를 아직도 타개하지 못한데 연유하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자원은 주로 과학기술 인력인데도 정부는 거꾸로 인문계 정원만 집중 충원해온 것이다.
물론 우리대학사에서 자연계비용이 인문계보다 우위에 있던 시절이 없었던건 아니다. 경제개발이 한창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1969년부터 10년동안 자연계는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심지어 79년에는 59.5%의 수준까지 이르렀었다.
하지만 80년대들어 그 비율은 역전되어 84년엔 43.3%까지 자연계가 움츠러들었다.
그 결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고급과학두뇌는 절대량이 부족해 중소기업들은 아예 기술인력확보서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반면 양산된 인문계출신들은 취업을 못해 고급룸펜화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있다.
이같은 부족과 과잉의 불균형은 바로 국가인력수급정책의 과오로서 국가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있다.
특히 21세기의 과학입국·기술입국을 지향해 의욕적인 국가발전모델용 제시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막상 그에 충당할 고급인력 양성계획의 차질용 예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그때문에 정부는 85년에 자연계정원용 43.3%에서 44.5%로 늘렸으며 앞으로 87년까지는 자연6, 인문4의 비용까지 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우리는 몇가지 주문을 첨가하고 싶다.
첫째는 대학정원개념을 현실에 적용시키라는 것이다.
앞으로 자연대 인문의 비율이 6대4로 조정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연계 안에도 현실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는 정원을 넓혀주고 수요가 주는 분야는 감축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가령 미국의 대학들 중에는 공과대학생의 거의 반수가 여자 반도체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정원의 융통성이 주어지고 있다고
둘째로 자연 인문비율도 중요하지만 순수과학과 직업교육의 구분개념도 감안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천l백개 전공층에 직업분야가 거의 50%를 점하고 있으며 순수학문분야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과학분야 전공가의 수도 계속 늘고있는 것이 아니어서 77년이래 물리학전공은 13%,생물학전공은 21%나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결국 전체적으로 사회의 수요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현실적인 직업교육의 선호경향을 반영한다.
그 경향은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나타나 전공학과의 균형을 취하면서도 과학기술분야·직업관련 분야가 강조되고있다.
학·석사의 실업률이 기초과학에서 5.4%,사회과학에서 16%에 이르고 있는 프랑스가 현대세계에 적합한 대학교육을 들고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의 국가인력수급정책에도 맞고 산업·경제계 수요도 충족할 수 있는 대학 정원정책이 마련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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