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평양 다녀온 사람들은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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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분단40년만에 평양에서 혈육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온 한적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은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통제된 「북한의 벽」을 인도주의의힘으로 허물기위해 상호방문사업이 계속돼야하며 이를위해 판문점 같은데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설치 서신교환등 적십자사업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길 바랐다.
특히 이들은 짧은 만남에 이어 다시 시작된 긴 이산을 아쉬워하면서도 혈육을 만나는 감상에서 벗어나 심화된 단절의 벽을 현실로 받아들여 적십자사업도 새로운 방향을 찾도록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고향방문단장으로 북측의 누님을 만나고 온 홍성철씨 (60·전내무장관)는 『누님과 앞으로 다시 만나자고 기약도 할 수 없어 매달 보름날 저녁 7∼8시 사이에 서로 달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자고 약속하고 왔다』 면서『남북간 이산가족이 최소한 명절때 만이라도 서로 만날수 있도록 고향방문단 사업이 제도화되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지학순주교는 『김일성의 우상화를 종교의 힘으로 밖에는 깰수 없음을 재확인한만큼 북한에 종교가 전파되도록 상호 교류가 좀더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힘써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또 1.4후퇴때 헤어진 두아들을 만난 민경억씨는 『북에 두고온 아들생각 때문에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서로 보고 싶을때 언제라도 만날수 있도록 판문점에 면회소를 설치하자는 우리측 제의를 북한이 속히 받아들여 주기를 바랄뿐』 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아버지(이병규 72)를 만나고 온 이재운씨(47 변호사 이산가족재회추진위부위원장) 는 「지금 이산가족들은 서로 생사조차 확인할수 없는 처지니 적십자등의 기구를 통해 생사여부만이라도 서로 알수있도록 해주는 조치가 있어야할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외사촌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우형주씨 (71 평양시명예시장)는 『함께 못간 친구들에게 주려고 대동강물을 떠오려했지만 여의치못해 평양수도물을 한통 받아왔다』면서 앞으로 교환방문단이 2,3진으로 이어지고 그 규모도 좀더 크게 확대하여 이산가족들이 최소한 한번씩은 만날수 있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단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박만규씨 (시립가무단장) 는『우리가 공연한 현대무용이 경직된 사회에 충격을 준것같다』고 말하고 『우리의 다양한 예술양식을 소개해 자유주위의 우월성을 보일수있도록 예술공연행사 교환이 계속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하춘화씨 (32·가수) 는 『어린이들의 공연을 보니 그들의 기계적인 동작이나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너무 비인간적임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면서 『우리어린이들로 구성된 발랄한 예술단을 보내 북한어린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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