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지난 체포영장으로 체포…법원 “국가가 배상 책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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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효기간이 지난 체포영장으로 불법 체포를 했다면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문혜정 부장판사는 최장훈 전 동국대학원 총학생회장이 “경찰의 불법 체포로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최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014년 8월 15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에 참여했던 최씨는 일반 교통방해 혐의로 경찰 출석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최씨가 출석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두 달 뒤 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선 두 달간 유효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경찰은 체포 영장의 유효기간을 일반교통방해죄의 공소시효인 10년으로 착각해 지명수배를 내렸고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지난해 7월경 서울 성동구에 있는 최씨의 자택 근처에서 그를 체포했다.

당시 경찰관은 휴대용 수배자 조회기에 나타난 지명수배 사항을 최씨에게 보여주며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영장 발부 사실을 고지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체포영장으로 인해 경찰서에 끌려온 최씨는 결국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고 이튿날 오전 석방됐고, 이후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원에 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문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는 피의사실 요지를 고지하고 체포 영장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며 “피의사실 요지도 단순히 죄명만 고지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경찰은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는 체포 영장을 내세워 최씨를 불법 체포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다만 경찰관의 불법 정도, 최씨가 입은 고통과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국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300만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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