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배격·외채절약위한 주부들의 간담회|벼락부자들 허영부터 버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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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왜채관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로 다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지난3월에 이어 또다시 범국민적 회채 절감방안을 마련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것이기도 하지만, 범국민적으로 외채줄이기 의식을 심어주자는 의도. 우리 생활속의 외제선호사상과 과소비문제를 점검해 보기위한 여성 4명의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김화련(43·건축가) ▲전성자(45·한국소비자생활교육 연구소장) ▲유경영(41·주부) ▲반채월(40·주부)
전=요즈음 시중에 간장파동이 요란하지요? 시판간장이 일류 메이커의것까지 대부분 화학간장이라니까 일제간장이 불티나게 팔린다는데 참 어리석은것 같아요. 시궁에서 팔고 있는 일제 깃꼬망 간장이라는게 대부분 가짜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알아야할것 같아요.
김=한달전 한병(0.98ℓ) 2천5백원, 3천원하던것이 파동 이후는 4천5백원, 5천원해도 없어서 못판다는 얘기던데요. 일제된장·홍콩제 고추장까지 덩달아 값이 오르고 품귀라죠? 가짜를 만드는 비양심적인 상혼이 더 큰 문제지만, 일부 소비자의 의식도 문제가 많은것 같아요.
유=코피·치즈같은 것은 특별히 외제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도 보통 월급생활자도 주로 미제를 먹지않아요? 국산품의 품질향상이 사실 소비자가 외제를 찾지 않게하는 첩경이예요. 주부들의 의식도 문제지요.
반=저는 요즈음 아이들의 일류상표 선호사상이 큰 걱정이예요. 운동화 하나만 해도 1, 2만원씩하는 N이나 P만을 찾거든요. 3, 4천원이면 충분한 청바지도 외국상표 기술제휴품은 1, 2만원대에 가까와요. 물건의 귀한점을 너무 모르고, 아낄줄을 몰라요.
유=주부의 소비태도는 곧 아이들에게 연결되는것 같습니다. 엄마들이 아끼고 절약하는 바른 생활태도를 가졌다면 아이들도 따라요.
김=사실 무분별한 외제 고가품 선호나 불필요한 소비는 대부분 우리사회의 특수층에 주된 책임이 있어요.
숫자는 적지만 영향력이 너무 크거든요. 사실 요즈음도 몇십만원씩하는 외제상표 옷만입고 집을 짓는데도 사방1m에 10만원에서 40만원씩하는 수입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거실바닥과 벽을 뒤덮어요. 또 한세트에 2백만원이 넘는 수입 화장실용품, 스웨덴제 식탁 세트와 조명기구 등등.
유=더욱 문제가 심각한것은 정상적으로 번돈이 아닌 돈으로 사치하는 사람들을 보통사람들이 선망하고 비슷해지려고 하는것이예요. 자기 과시를 위한 졸부취미는 무시되고 경시되는 분위기가 돼야지요.
전=그렇죠. 그러나 우리생활속에도 의식못하는 불필요한 낭비의 요소가 참 많아요. 예를들어 몇년 전부터 중산층의 이른바 알뜰주부들 사이에 돈을 모아 1백만원이 넘는 레인지겸용의 외제오븐을 사는 것이 유행했는데, 어리석은 낭비예요. 대체로 오븐은 1년에 한두번 쓸까말까 하거든요. 기만원짜리레인지로 족해요.
김=네. 정말 잘 사는 구미에서도 아파트면 세탁실, 주택가엔 으례 거리 한쪽에 동전을 이용해 쓰는 자동세탁기가 딸린 세탁소가 있는데 참 편리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에 1주일에 한번 돌리면 족할 세탁기가 참 거추장스러워요.
유=네. 함께 무엇을 공유하고 나누어쓰는 습관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우리사회 대부분의 부조리가 나만, 내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나아가 나는 남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에서 비롯되는것 같아요.
반=사실 이제는 의류·가구등도 국산품이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처럼 외제를 찾는 것이합리화될수 없는 현실이예요.
유=저는 이번 정부당국의 사치풍조·과소비 단속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캠페인이 그랬듯 일시적인것이 아니라 지속적인것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그러나 항상 건설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리=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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