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튼 생체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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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5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일본선수들의 두각과 한국선수들의 조락을 보인 대회였다.
일본의 「나까야마」 (25·중산죽통)는 2시간10분9초의 대회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5위도 일본선수.
한국선수는 2시간20분41초의 6위 김원식과 2시간21분41초의 7위 정만화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을 뿐이다. 우리 선수들은 세계기록은 커녕 국내기록과 자기기록에도 못미치는 부진을 보였다.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제패이후 드날리던 「한국마라톤」의 전통이 여지없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거기엔 희망의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나까야마」의 기록이 아주 좋았던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히로시마에서 2시간8분15초로 역대세계 4위의 기록을 작성한 바도 있었다.
지난 4월 로테르담대회에서 포르투갈의 「로페스」가 작성한 세계 기록 2시간7분11초에도 아직 못미치는 기록이다. 하지만 스피드 마라톤시대에 일본선수들은 눈부신 성장으로 최고기록에 접근하고 있다.
그건 일본의 스포츠과학이 선수의 발굴·관리에서 거둔 결과다.
체력의 한계를 컴퓨터와 첨단과학기술로 보완하는 기법도 개발됐다.
일본의 세계적 마라톤선수 「세꼬」는 컴퓨터로 신체적 조건과 정신적조건이 분석됐다.
무게 중심의 안정과 팔의 움직임은 이상적이었다. 착지법과 상체의 구부린 각도도 양호했다. 속도 안배만이 문제였다. 한때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살라자르」는 5km, 10km의 구간속도가 각각 초당6.5m, 6.1m였다. 하지만「세꼬」는 신체조건상 초당 6.1m이상을 피하고 고르게 뛰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럴 때 2시간5분30초의 기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과학자들은 인간생체의 흐름까지 바꾸는 「제3의 이론」을 실험하고 있다. 첫 대상은 「살라자르」. 그의 장딴지의 얼룩반점이 그 실험 증거다. 근육 일부를 채취한 생물기능검사 때문이다. 그 검사에서 선수의 적성·가능성이 과학적으로 파악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근육은 세가지로 분류된다. 지구력형의 적근, 스피드형의 백근,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한 핑크근이다. 장거리선수는 적근, 단거리 선수는 백근이 좋아야한다. 그런 적성에다 신체구조에 적합한 연습이 부가돼야 한다. 1백m와 멀리뛰기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칼루이스」도 따지고 보면 「생체공학인간」이다.
그의 코치는 『신체구조를 정확히 알고 이것을 완벽하게 단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라톤 한국」의 재건은 스포츠과학화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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