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한발도 못물러선다"강경대치|「고대앞 사건」…여야태도의 겉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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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려대앞 사건을 놓고 여야는 각기 촌보도 물러서지 않은채 강경대립을 지속하고있다.
여당이 이번 사건을 하나의 모델케이스로 삼아 의법처리한다는 방침을 강행하고있는 반면 야당은 대정부 여당 전면공세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선다는 방침이다.

<실정법위반 엄연>
○…박찬종의원 사건에 대한 민정당의 불쾌감과 우려는 「사법차원의 기소결정」과 「국회차원의 징계검토」라는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11일의 청와대 당무보고가 있기까지만 해도 『정색을 하고 시인·사과를 받자는게 아니라 』 (정순덕사무총장)며 다소 여지를 남겼던 민정당은 실정법 위반사실이 엄연함에도 「정치」 라는 이름으로 어물쩍 넘길수 없다는 쪽으로 굳어졌다.
특히 동원할 수 있는 가능한 수사를 다 구사하며 정부·여당을 비난한 12일의 신민당 의총결의가 있고부터는 더욱 요지부동이 된것 같다.
정치인이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으면 그것이 투쟁경력이 돼 『그래서 큰다』는 도식이 성립할수 없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가장 우려하는 정치권과 학원과의 연계시도에 쐐기를 박는 모델케이스로 삼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민정당이 보는 박의원사건의 문제점은△허위사실 날조 △품위손상 △도덕성이다.
즉 △김민석군의 메시지를 전달하려했다 운운하는것은 허위였음이 그간 수집된 증거로 명백해졌고 △현역의원이 불법집회 현장에 나타나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등 고무·격려했는가 하면 △분명해진 사실을 끝내 부인한다는 것이다.
민정당간부들이 『했다면 했다고 떳떳이 말할것이지 왜 꼬리를 빼느냐』는 말을 자주 하는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민정당은 『본인이 사실을 시인하고 정식 사과를 해야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수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박의원이 사실을 부인하고 신민당이 역공을 해온다면 증거가 확보된 지금 박의원등이 「도덕적 상처」를 받을수도 있다고 으름장이다.
정치절충의 가능성에 관해 정순덕사무총장은 『박의원이 먼저 사과나 자숙의 자세를 보여야 정치척 접촉의 뜻이 있다』고 말해 민정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백히 했다.
이같은 정총장의 말을 뒤집어보면 박의원의 「시인·사과」가 있으면 정치적 해결도 가능함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으나 야당의 자세로 보아 그 가능성은 적을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이 강경방침을 강행하면 정국이 계속 경화되고 그 결과는 반드시 이로울게 없다는 지적도 없지않지만 야당의 경력쌓기식의 투쟁행위나 학원과의 연계 시도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기조가 혼들릴것 같진 않다.

<수세형국을 배제>
○…신민당은 박·조두의원에 대한 민정당측의 집요한 공세를 몇가지 측면에서 파악하고 초강경방향으로 응수하고 있다.
신민당은 민정당측이 첫째 가을정국 선제와 둘째 중공경폭격기사건·언론상항·사법파동 경제부진등에 쏠린 시선차단등의 의도에서 이번 사건을 확전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보고, 특히 일부「문제성 인물」들의 움츠림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 두 의원중 운동권 학생의 변론에 앞장 선 박의원에게 사건의 초점을 부각시키려는 정부 여당측 의도를 보면 이것은 명료해진다고 신민당측은 판단하고있다.
따라서 이같은 정부·여당의「저의」에 순순히 말려들어 논점을 박·조 두의원사건에만 맞추어줄 경우 신민당은 여권의도에 질질끌려 다니는 수세적형국이 되어 정국주도권을 빼앗긴다고 판단, 모든 현안의 전면적 부각을 통한 총공세로 전환키로 한것이다.
더군다나 의원신분에 관련되는 문제에 미온적일 경우 의원 각개인의 자기보호에 위험이 온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한 것같다.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여권에 밉게 보이면 언제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가 깔려있다.
이같은 상황판단의 상승작용으로 12일 열린 의원총회는 수뇌부의 기본 태도보다 한층 격렬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무장관등에 대한 고발을 이민우총재의 직계인 김태룡의원이 제기했고, 총재특보인 장기욱의원이 법률적측면을 지원했다는 데서 측근들이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총재의 입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신민당은 현안에 대한 전면적총공세로 응수해 국민의 시각을 정치본령에 끌어들이면 오히려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있다.
그렇지만 신민당이 고발을 실행에 옮길지는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달려있을 것이고 그에 앞서 연기된 노-이회동같은 절차를 한번 더 밟으려는 노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이수근·김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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