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과 세종대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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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4 면

‘야 바스 류빌’은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라는 뜻의 러시아어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이 남긴 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푸시킨이 태어난 6월 6일을 ‘세계 러시아어의 날’로 정해?그가 남긴 작품의 우수성과 러시아어의 중요성을 기리고 있지요.


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 광장에서는 이 ‘푸시킨의 날’을 기념하는 시 낭송회가 주한러시아대사관과 러시아 대외협력청, 그리고 러시아 교육문화센터인 뿌쉬낀?하우스 주최로 열렸습니다. 2013년 11월 푸틴?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우호 교류를 위해 푸시킨의 동상을 이곳에 세웠는데, 이 같은 행사에 아주 맞춤했지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시 낭송회였습니다.


6월의 더운 햇살 아래 참석자들이 번갈아 나와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시를?돌아가며 읊는 광경은 생소하면서도 나쁘지?않았습니다. 더불어 한글날에 우리는, 외국에서는커녕 국내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새삼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한강 작가의 맨부커인터내셔널 수상을 보도하던 영국 BBC 방송이 “배운 지 몇?년 되지도 않아 번역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세종대왕에게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죠. K팝과 K드라마의 인기에 한글을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한글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세종대왕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라고?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지.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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