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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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료로 제시된 예문은 깊이 있게 자세히 읽어 그 안에 숨져진 필자의 글 쓴 동기를 잘 알아내야 한다.
이번 예문의 요지는 과거에는 대학생들이 학년을 초월하여 서로 공대말을 썼는데, 요즘엔 상대방이 하급생이면 무조건 「해라」를 하는 경향이 많아 보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상하급생 사이의 바람직한 호칭 및 공대말· 낮춤말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퍼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엉뚱하게도 상하급생 사이의 대화 단절현상 등을 거론했다.
이주연양의 글은 한 말을 되풀이하는 버릇이 있다. 서두는 필요 없는 군더더기다.
㈎도 인간 관계가 수직에서 수평 관계로 이행한 것과는 관계없는 말이다. 공업화는 보기에 따라 종업원들을 상급자와 하급자의 수직 관계로 조직화해 놓았다고 할수도 있다.
또 ㈏와 같은 간접화법은 필자의 주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는 「쓰게 되었다」로, ㈑는 아예 없애거나 「서」로 고칠 것. ㈒는 자료에 의하면 대학생들에게만 국한된 말이므로 중·고교생들에게까지 확대 적용하지 않는게 좋다. ㈓는 지나친 강조이며 ㈔는 앞에서도 두 번이나 사용했으므로 「이런 일은」으로 고치고 ㈕에서는 「지 (之)」는 빼는게 낫다. ㈖는 부자지간에도 비교되어온 것이므로 스승으로 하여금 제자에게 경어를 쓰라고 할수는 없지 않겠는가. ㈗는 갈등이나 투쟁을 전제로 한 말이므로 어울리지 않는다. ㈘의 「교육력」이란용어는 어색할뿐 아니라 이 대문은 앞 문장과 뜻이 통하지 않는다. ㈙에서는 논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다.
이성우군의 글에서는 우선㈎의 뜻이 모호하다. ㈏는「군대식의 상하관계」로 고칠것. ㈐의 「명령적」이란 말도 「군대적」과 마찬가지로 어색한 알이다. ㈑도 마찬가지. 또 상하급생의 관계는 직장의 상사와 부하, 또는 정책입안자와 국민사이와는 달라 「상의하달」이니, 「아랫사람의 의견수렴」 이니 하는 말은 해당될 수 없다. ㈒의 사동태는 불필요하므로 「교육하는」으로 고칠것. ㈓에는 역접어 「그러나」를 넣어야 앞 문단과 문맥이 잘 통한다.㈔도 적절한 단어가 아니다. ㈕는 「일은」이 더 나을것 같고 ㈖는 없애거나「서」로 고쳐 쓰며 ㈗이하는 줄을 바꾸어 새 문단으로 잡을 것. ㈘는 어떤 「문제」의 해결인지 모르겠고 ㈙이하도 논의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군말이다. ㈚에서의 대화의 유무는 윤리적 기준으로 따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두 학생 외에 서울 장충고 1학년 최형록군 및 서울 혜화여고 2학년 김안나양의 글이 좋았다. 김은전<서울대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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