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미국영화만 봐야하나"|올 외화수입 15편중 13편…지나치게 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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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영화는 미국영화 뿐인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외국영화가 지나치게 미국영화에만 편중되어있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영화관객들은 다양하고 수준높은 세계각국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갖지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상업주의적인 미국영화만 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셈이다.
요즘 서울의 개봉관에서 상영되고있는 새 외화 8편은 홍콩 쿵후영화 『대복성』 단한편을 빼고는 모두가 미국영화 일색이다.
『람보II』『인디애나 존즈』『폴리스 아카데미』 등 미국상업주의적 오락영화의 표본이라고 할만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수입된 외국영화는 모두 15편. 이 영화들은 2편의 홍콩영화(『대복성』 『복성고조』)이외에는 한결같이 미국영화들이다.
이같은 형편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한해동안 들여온 외화 26편도 미국영화가 아닌것은 홍콩·대만산쿵후영화 5편이 고작이었다.
지난해나 올해 유럽이나 제3세계권의 수준작은 단한편도 찾아볼수 없다.
외화수입의 선택권이 전적으로 영화사들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흥행만을 염두에 둔 영화사들이 관객이 많이 올만한 오락성높은 미국영화만 골라 수입해온 탓이다. 1년에 1∼2편의 외화를 들여와 남는 수익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하는 영화사들로는 어쩔수없는일. 이들에게 손해를 감수하고 예술성높은 영화를 들여오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형편이다.
이같은 편중성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할 영화진흥공사마저도 그저 팔짱만낀채 영화사들이 영화를 골라오면 이를 수입대행해주고 문예진흥기금과 수수료를 받아내고있을 따름이다.
이때문에 칸이나 베를린·베니스영화제등 유럽의 유수한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유럽이나 제3세계권의 우수작들은 계속 외면당하고있다.
해외영화계에서는 지난82년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터키영화 『욜』(닉인·길)이라든가 서독영화 『파리 텍사스』, 영국영화 『워더비』, 폴란드영화 『철인들』 등이 큰화제를 뿌리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고있지만 우리영화팬들에겐 그저 먼나라 얘기들일 따름이다.
좀더 예술성높은 유럽영화를 감상하려는 영화팬들은 프랑스·독일문화원등으로 몰려들고있다.
이같은 영화팬들의 갈증은 지난7월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열렸던 제2회 유럽영화제에서 잘 나타났다. 이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서독영화 『양철북』(79년 칸 영화제작품상 수상작) 에는 너무 많은 관객이 몰려들어 영화제가 끝난다음 앙코르상영까지 따로 마련했을 정도다.
지난8월초 KBS-TV에서 방영했던 『황금연못』은 83년 아카데미상 남녀주연상을 받았던 우수작으로 영화사에서 흥행성이 없다고 외면해왔던것을 TV에서 방영,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대만의 경우는 이같은 영화수입의 편중현상을 막기위해 미국·유럽·제3세계·아시아권등 지역별로 외화수입편수를 배정하고있다.
새로 개정된 영화법은 이같은 폐단을 막기위해 영화수입업자외에 영화진흥공사도「업자들과 경쟁이 되지않는 영화에 한해」 외화를 들여올수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동안 20개 영화사가 수입하던 외화를 이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외화수입업자가 7억원의 예탁금까지 걸어놓고 들여오게됨으로써 더욱 흥행성만을 따지게될 공산이 커졌다.
영화관계자들은 이러한 미국영화 편중화가 자칫 문화의식의 종속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세계각국의 우수한 영화를 골고루 들여와 국민의 문화의식을 높여야함은 물론』이라고 전제하고 『영화진흥공사에 새로 부여된 외화수입권을 잘 운용한다든가 외화수입업자가 유수한 국제영화제입상작을 수입할 경우 혜택을 준다든가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 영화팬들이 마음껏 「보고싶은 영화」를 볼수있게 되어야할것』이라고 촉구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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