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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영토 주권 단호히 수호” 케리 “국제 준칙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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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떤 국가도 해양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국제 준칙을 준수해야 한다.”(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중국은 영토 주권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다. 이 문제(남중국해)는 관련 국가끼리 해결해야 한다.”(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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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 나란히 앉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류옌둥 중국 문화담당 부총리. [베이징 AP=뉴시스]

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팡화위안(芳華苑)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및 7차 미·중 인문교류고위급회담 개막식에서 미·중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출발부터 충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축사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북핵·남중국해 등 각종 현안 충돌
시진핑 “미·중 견해차 피할 수 없어
양국 공동의 친구그룹 만들어야”
케리 “북핵에 대한 지속적인 공조를”

시 주석은 축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핵 문제와 이란 핵, 시리아 문제 등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집안에도 갈등이 있다. 미·중 양국 사이에 견해차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중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광범한 공동이익을 갖고 있다. 두 나라가 배타적이지 않은 공동의 ‘친구 그룹(朋友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곤경에 처한 전 세계 국민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두 팔을 벌려 ‘친구 그룹’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최근 미·일 양국이 ‘중국 견제’를 공동의 목표로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주요 7개국(G7)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문제는 갈등을 대결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북핵 제재 국면의 지속을 강조했다. 그는 개막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華爲)에 대북 거래 내역을 요구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 왔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중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광활한 태평양이 각국의 게임장이 돼선 안 된다. 모두를 포용하는 협력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북핵,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남중국해, 대만 등 각종 갈등 현안을 에둘러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친(親)·성(誠)·혜(惠)·용(容)이라는 주변 외교 이념에 따라 아태 지역의 평화·안정·발전에 노력해 왔다”며 “미·중 양국은 지속적인 대화와 더 많은 협력을 통해 각종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사람이 신뢰가 없으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人而無信 不知其可也)”는 『논어』 구절을 인용했다. 또 “청산이 가로막아도 강은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山遮不住 畢竟東流去)”는 송(宋)나라 신기질(辛棄疾)의 ‘보살만(菩薩蠻)’을 인용했다. 시 주석이 대결 대신 협력을 강조하는 신형대국관계를 언급했지만 중국의 굴기(?起)는 미국도 막을 수 없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충돌에도 기존 패권국과 신흥 대국이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넓고 깊어지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중국이 문제제기를 하는 국면”이라며 “양국 간 상호의존이 깊어 싸우되 판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쑤거(蘇格) 원장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에 “최근 미·중 관계는 협력의 깊이와 폭이 강화되는 긍정적 측면과 남중국해와 같이 갈등을 빚는 부정적 측면이 충돌하는 ‘양면성’이 돌출되고 있다”며 “이번 전략대화로 충돌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6~7일 왕양(汪洋) 부총리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 양제츠 국무위원,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주권·군사·환율·무역 ·인적교류까지 다방면의 현안을 논의한다. 미국 측에서는 10명의 장관을 비롯해 4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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