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씨, 30분 내 다른 역 이동했어야…시간 쫓기며 작업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김모(19)씨가 당시 다른 역의 고장도 통보 받아 쫓기듯 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김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5시 57분 구의역 승강장에서 사고를 당하기 몇 분 전에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네가 정비를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김씨가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늦어도 오후 6시 20분이었다.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정비 하청업체인 은성PSD에 고장 신고를 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에 따르면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는 지하철로 20분 정도가 걸린다. 오후 5시 50분 구의역에 막 도착한 김씨에게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심리적인 압박 속에서 작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상태로 ‘고장 접수 1시간 이내 도착’이라는 기준을 고수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구의역 승강장 내 CCTV과 방송장비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점도 확인했다. 이날 근무했던 역무원 3명 중 한 명이라도 CCTV를 지켜봤다면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나오라’고 방송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역무원은 “김씨가 구의역에 온 줄도 몰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이 역무원들에게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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