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성복 재고가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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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 여름, 여성기성복 업계가 엄청나게 쌓인 재고로 몸살을 앓고있다. 각 백화점에서는 4계절 세일이 한창이고 종로5가와 평화시장, 기성복 매장과 본사, 아파트단지 안에서까지 세일을 하는 의류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따라서 기성복 업계는 스스로 기구 재정비 등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기성복에는 재고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종래에는 대규모 메이커가 30∼40%선, 디자이너 부티크는 20%안팎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
그러나 83년 이후 기성복업계는 경기가 나빠 3년째 재고율이 높아져 50%이상을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시설·기술개발·인원 등 투자가 많고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고있는 대규모 메이커가 심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러면 이렇게 기성복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 클라라윤·오은환·허준·배천범(이대교수·의상학)씨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시장이 좁다. 둘째는 기성복 생산이 포화상태다. 세째는 유행의 흐름이 빠르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하다. 넷째는 불경기의 영향.
74년부터 시작된 기성복 붐은 78∼79년 호황을 누렸으나 오일 쇼크이후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것. 특히 수출이 주춤하면서 그동안 직물생산과 디자인 봉제 쪽의 키워진 인력들이 국내시장에 눈을 돌려 크고 작은 기성복 메이커가 많이 늘었다.
85년 현재 브랜드를 내걸고 기성복을 생산하는 메이커만도 1백여개. 따라서 한정된 시장 안에서 공급과잉의 현상을 빚게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 위에 불경기가 겹쳤다.
또한 유행의 흐름이 2, 3주 단위로 자주 바뀌고, 소비자들의 기호도 다양하여 디자이너들이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것도 재고누적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기성복은 기획생산·반응생산 등 두 종류 체제에 의해 만들어진다. 대규모 메이커의 경우 기획생산 9, 반응생산 1의 비율. 디자이너 부티크의 경우는 보통 절반씩의 비율이다.
그러나 요즈음 같이 유행하는 디자인의 주기가 짧아지고 소비자의 기호가 변덕스러워진 때는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재빨리 대처해야하므로 기획생산 비율은 대폭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클라라윤의 얘기다.
이런 경우 방대한 조직을 가진 대규모 메이커는 쉽사리 대처할 수 없어 이미 6개월 전 기획생산에 의해 대량 생산된 옷들은 재고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 일반 매장에서 팔리지 않던 옷은 정기 바겐세일에서 30∼40%, 나아가 50%정도의 할인된 값으로 팔린다.
나머지 옷들은 상설 할인매장으로 돌려지고 다시 2, 3년 묵은 악성재고는 이른바 『땡친다』고 하여 한벌에 일률적으로 일정액(3천∼5천원 등)을 받는 덤핑세일로 넘겨진다. 시중에는 이름 있는 메이커의 땡 물건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동대문 평화시장 등에 넘기는 전문 업자들까지 있다. 요즈음 정상가의 10∼20%로 팔리는 것은 대부분 이런 물건들이다.<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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