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왕복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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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9차 남북적 본 회담을 위한 우리측 대표단·수행원·보도진 등 84명이 26일 판문점을 통해 북녘 땅에 들어섰다.
우리측의 입북은 73년7월14일 제7차 남북적 회담 대표단이 3박4일간의 북한체류를 마치고 철수한 이후 12년1개월 여 만의 일이다.
대표단을 평양으로 보내면서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풍성한 성과를 거두어 돌아오기를 온 겨레와 함께 희구한다.
지난5월 하순 서울에서 열린 제8차 회담에서는 본 의제 토의에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남북적 회담이 결렬 된지12년 만에 재개되어 북한측 요원 84명이 다시 서울에 왔다는 사실 자체와 의제에 없던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상호 방문에 합의한 것은 큰 성과였다.
이번 9차 회담에서는 본 의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본 의제는 이미 72년의 예비회담에서 ⓛ주소·생사의 확인 ②자유방문 및 상봉 ③서신거래 ④재결합 ⑤기타 인도적인 문제 등 5개항을 확정지었다.
이 같은 의제는 본 회담에서 순차적인 토의가 시작됐었으나 73년8월의 회담결렬로 중단되고 말았다.
지난 서울회담(8차)에서 한적측은 다시 5개 의제의 순차적 토의를 제의했다. 그러나 북적은 전체의제의 일괄토의를 주장하고 그 중에서도 자유왕래가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 그것을 중점적으로 토의하자고 나왔다.
한적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배제된다면 그 같은 토의방식에 응하겠다고 양보했으나 본 의제의 실질적인 진전은 전혀 없었다.
이번 9차 회담에서는 북한측의 주장대로 자유왕래 문제가 먼저 토의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반공관계법률의 폐지, 간첩을 포함한 정치범의 석방 등 내정간섭 적이고 비 적십자 적인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적십자회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하루라도 빨리 이산인 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이 말해주듯 회담이 그렇게 속도 있게 진전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아래서는 고향방문단의 상호교류사업을 지속적·주기적으로 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번 평양회담에서는 9월 하순으로 예정된 고향방문단의 교환을 한번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실시하는 문제에 꼭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적십자정신으로 보나 민족의 동질성 회복의 측면에서 시급하고도 절실한 당위적 과제다.
회담성과와는 별도로 서울·평양왕복회담 자체가 갖는 의미도 결코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남과 북은 지난 10년 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양측요원이 서로를 살펴보고 접촉을 확대, 반복해나갈 때 민족동질성의 회복과 남북화해도 한층 진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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